[과학을읽다]자살하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은?

엄마를 잃은 후 우울증을 앓던 아들 침팬지가 한 달 뒤 숨졌습니다. 아들 침팬지는 자살한 것이 아닐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유명인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던 사람들의 자살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요. 모방 자살을 하거나,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에는 이기적(利己的)자살, 애타적(愛他的)자살, 아노미(anomie)적 자살 등 3가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기적 자살은 지나친 개인주의로 개인과 사회의 결합이 약할 때의 자살입니다. 애타적자살은 과도한 집단화의 탓으로 볼 수 있는데 종교적 자살이나 자살테러 등이 해당합니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환경의 차이나 사회의 경직성이 심할 때 선택한다고 합니다.

최근 자살로 충격을 안겼던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의 경우 애타적자살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이기적자살이거나 아노미적자살이겠지요. 이들의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살률 세계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통계를 분석해보면, 우리 사회의 자살은 '사회적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노미적 자살이 대부분인데 이를 '우울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진단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동물도 우울증으로 자살한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동물도 사회적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일까요?

대표적인 경우가 '스트랜딩(Stranding)'입니다. 고래나 물개, 바다표범과 같은 해양 동물이 스스로 해안가 육지로 올라와 꼼짝하지 않고 식음을 전폐하다 죽음에 이르는 좌초(stranding) 현상을 일컫습니다. 16∼17세기 화가들이 해안에 좌초된 고래들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많은 점에 미뤄 이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래는 물 밖에 나오면 호흡하기 곤란해지므로 질식하거나 몸무게에 내장 등이 눌려 죽게 됩니다. 물개나 바다표범은 물론 지능이 높은 돌고래나 범고래도 스트랜딩 현상을 보여줍니다. 최근에도 뉴질랜드, 호주, 스페인 세계 곳곳의 해역에서 고래나 물개 등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음을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해양 동물의 이런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먹이 고갈, 해양오염,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의 영향, 전염병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을 얻는 학설은 우울증입니다. 상대적으로 지능이 높고 삶에 애착이 강한 돌고래의 경우도 바다로 돌려보냈지만, 다시 해안으로 돌아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합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즉 사회적 영향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치 죽음을 앞둔 코끼리가 자신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시튼동물기'에 등장하는 '회색곰 와이브'는 자신의 세력을 다스릴 힘이 없어졌음을 깨닫자 유황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침팬지의 우울증도 자살의 원인입니다.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어미 침팬지 플루가 죽자 아들 침팬지 피피가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 한 달만에 어미를 따라 숨집니다. TV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아들 침팬지의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침팬지 등 유인원류는 어미나 짝을 잃었을 때 20% 정도가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데 이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스테판 수오미 미국 국립아동보건과 인간성장연구소 박사는 "인간의 우울증이 경우에 따라 자살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동물에게도 우울증이 있는 이상 자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래나 침팬지 외에도 이해하기 힘든 동물들의 자살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동물문학가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 쓴 <시튼동물기>에 등장하는 몇몇 동물의 경우도 우울증으로 자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회색곰 와이브'는 늙고 쇠약해져 자신의 세력을 다스릴 힘이 없어졌음을 깨닫자 유황냄새가 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곳에서 독한 유황냄새를 들이마시면서 잠을 청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잠을 청한 것이지요.

네브라스카 늑대인 '늑대왕 로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튼에게 사로잡힌 후 시튼이 먹이를 제공해도 로보는 일체 먹이에 입을 대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에게 잡혀 사육 당하느니 굶어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이지요. 이를 우울증으로 판단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튼의 동물기는 창작이 아닌 직접 관찰한 것을 동화 형식으로 엮었다는 점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외 두더지도 자신이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공동묘지에 해당하는 굴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먹이를 줘도 먹지 않고 순순히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의 자살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95년 중국 내몽고에서는 500여마리의 염소들이 목동들의 필사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호수로 뛰어들어 집단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염소는 평소에 물을 싫어하는데 당시 염소 두 마리가 깊이 1.5m의 호수에 뛰어들자 다른 염소들도 이들을 따라 호수에 빠지는 바람에 200여마리의 염소가 죽고 말았습니다. 300마리는 목동들이 겨우 건져낸 것이지요.

몇 쌍의 쥐를 밀폐된 곳에 가두고 음식을 무제한 제공하면 쥐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어느 시점이 되면 절반 정도는 스트레스로 쓰러져 죽는다는 실험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악어가 득시글한 강으로 뛰어들어 강을 건너는 누떼.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나그네쥐로 불리는 '레밍(Lemming)'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여 줍니다. 레밍은 먹이 환경이 좋아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면 일부 그룹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을 합니다. 선두를 따라 맹목적으로 이동하다 선두가 방향을 잘못 잡아 바다나 호수에 빠지면 뒤따르던 무리는 똑같이 빠져 죽습니다.

동물이 개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애타적(愛他的)자살은 그 예가 적지 않습니다. 다람쥐떼 사이에 갑자기 독수리나 매 등이 나타나면 다람쥐 중 한마리가 큰 소리를 질러 동료들은 도망가게 하고 자신은 포식자에게 희생을 당합니다.

아프리카의 '누'도 비슷합니다. 건기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풀과 물을 찾아가는 초식동물 누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선두의 누들이 먼저 악어가 득시글한 강에 뛰어들어 악어밥을 자청하거나 거센 물살에 휘말려 죽으면 뒤에 있는 많은 개체들이 살아 남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안기는 인간의 종교적자살이나 자살테러와는 차이가 확실한 애타적자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모두를 아프게 합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지만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정입니다.

자살률 세계 1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불평과 불만을 일삼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8032009141090058A">
</center>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