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들였는데…' 실내흡연실 전면폐쇄 방침에 뿔난 사장님들

당구장·PC방 규모따라 2~3개씩 설치
"2년 전 설치 땐 언급도 없더니"
5년 남긴 했지만…철거 비용, 공간 활용 등 벌써 고민

서울 한 PC방에 설치된 실내 흡연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흡연부스 만들면 괜찮대서 큰 돈 들여 들여놨더니 이제는 없애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죠."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서 5년째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56)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실내흡연실 전면 폐쇄 방침에 대해 분통부터 터뜨렸다. 100㎡ 남짓한 장씨의 당구장에는 이동식 흡연부스가 2개 설치돼있다. 2017년 12월 당구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자 별도의 흡연구역을 마련하고자 300만원을 들여 마련했다. 자그마한 동네 당구장을 운영하는 장씨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당구장이 체육시설로 발돋움하려면 흡연이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만큼 흔쾌히 정부 방침에 순응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는 게 장씨의 말이다. 2년전 실내흡연실 설치 때만 해도 향후 폐쇄 결정이 나올 것이란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도 환기시설ㆍ칸막이 등이 설치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장씨는 "손님 떨어지고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쓰게 만들어 놓고 이제는 없애라고 하는 상황 자체가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금연 대책의 일환으로 2025년 실내흡연실 전면 폐쇄를 발표한 데 대해 관련 업종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거세다. 아직 정식 시행까지는 기한이 꽤 남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마련한 시설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전국 2만여 당구장과 1만여 PC방이다. 2017년부터 해당 업종들이 금연시설로 지정되자 당구장과 PC방은 매장 크기에 따라 적게는 1개, 많게는 3~4개의 실내흡연실을 설치했다. 주 이용층이 성인 남성이다 보니 고객 편의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부스 설치는 당연히 모두 자비로 이뤄졌다.

인터넷에 게재돼 있는 흡연부스 설치 가격.

흡연부스 한 개 가격은 통상 100만원대에 형성되지만, 환풍시설을 확충하거나 고급스럽게 꾸민 경우엔 500만~1000만원에 달한다. 한 흡연부스 설치 업체는 "비용 부담에 100만원대 부스를 설치한 경우, 실내에 2~3명밖에 못들어가기 때문에 결국은 부스를 2~3개 확충하게 된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임모(36)씨는 "5년 정도 남았다고 해도 철거비용 마련이나 폐쇄된 흡연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담뱃값 인상을 비롯해 정부가 금연 대책을 추진한다지만 서민 부담만 가중시키고 흡연율 감소 등 효과가 제대로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21일 보건복지부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내놓고 현재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과 일부 공중이용시설만 지정하던 실내 금연구역을 2021년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3년에는 모든 건축물에 적용하기로 했다. 실내흡연실은 2025년까지 모두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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