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동시대성, 연극 '댓글부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선홍빛 연어의 속살과 이를 탐하는 선홍빛의 혀.

연극 '댓글부대'에서 보게 되는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중년의 남성이 2층 무대에서 젓가락으로 연어 한 점을 집어서 내려주면 1층 무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까치발을 들고 혀를 내민다. 중년 남성은 '이까짓 연어 한 점,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밑에 있는 청년들은 '꼭 그 맛을 보고 싶다'는듯 간절하다. 중년 남성은 이깟 연어 한 점으로 청년 셋의 욕망을 자극, 효과적으로 이들을 유린한다.

2층에 있는 중년 남성의 이름은 '이철수.' 그는 '합포회'라는 비밀조직을 이끄는 인물이다. 1층에 있는 청년 셋의 극 중 이름은 '찻탓캇', '삼궁', '01査10'이다. 셋은 '팀-알렙'이라는 인터넷 마케팅업체 소속이다. 실상은 인터넷상에서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일을 한다. 팀-알렙은 여론 조작을 통해 모 대기업을 고발한 영화를 망하게 하면서 이철수의 신임을 얻는다. 이철수는 팀 알렙을 이용해 더 큰 조작을 모색하고 이깟 연여회 한 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연극 댓글부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는 논쟁적인 소재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공연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작품은 방황하는 20대 청년,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지만 기득권이 돼 현실과 타협한 중년, 경제성장과 독재 하에서 부와 권력을 독식한 노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댓글부대는 돈과 권력을 좇는 우리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 욕망은 노골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된다. 대담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돼 공연 중간중간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때로는 등장인물들이 안쓰러워서 불편하다.

댓글부대는 2015년 발표된 소설가 장강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7년 초연됐고, 지난해 재연을 거쳐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으로 삼연에 돌입했다.

원작을 쓴 장강명 작가는 2017년 초연을 봤고 이번에 두 번째로 연극을 봤다. 초연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 그는 연극이 더 발전했다고 했다. "소설을 쓴 시기가 2015년이었고 3년이 지나 달라진 상황들이 있다. 소설을 쓸 당시에는 어렴풋이 징후만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들이 있다. 원작 소설에 없는 내용들이 연극에 추가돼 더 섬세하게 동시대성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연출이 강조하고 싶어하는 부분도 조금씩 달라지는듯 하고 페미니즘적 요소도 강화된 것 같다. 공들인 연극이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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