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불똥까지 튄 한전, 1분기도 부진의 늪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실적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등 2분기 전망치도 밝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ㆍ에너지전환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강원도 산불에 따른 배상 책임까지 불거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국제유가마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연료비 상승도 악재로 작용학도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민감한 여론에 불을 지필 수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FN)가이드가 집계한 한전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6억원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한국전력이 올해 58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불과 3개월사이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치가 확 낮아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난 4분기(-788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2080억원, 별도기준 2조193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실적 발표는 5월 두 째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적자의 이유로 탈원전ㆍ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구입전력단가 상승과 공급인증서(REC) 구매비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계통한계가격(SMP)이 크게 뛰었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비중이 늘면서 REC 구매비용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세금과 수입부과금을 줄이면서 SMP 낮추기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2분기부터 반영된다.

무엇보다 연료비를 좌우하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던 두바이원유 가격이 지난주 73.8달러로 급등했다. 유가는 미국의 이란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조치(waivers) 재연장 불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 상승도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를 부추긴다.

특히 천문학적 재산 피해를 낸 강원 산불이 관건이다. 발화가 한전이 관리하는 개폐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민심은 한전이 책임있게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감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24일 산불 현장을 찾아 산불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전은 민사상 책임이 꼭 배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배상에 관한 입장은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향후 배상이 한전 실적을 좌우할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각종 환경비용과 안전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한전은 향후 재생에너지 투자와 계통연결을 위한 송배전선로 등 인프라에 매년 17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뜩이나 산불로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ㆍ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나 시기를 고려할 것"이라며 "추후 전기요금 인상은 3배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전은 상장회사로 민간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고, 민간지분의 29%는 외국인이다. 정부정책에 따른 급격한 손실이 이어질 경우 이들이 소송을 넣을 수도 있다"며 "또 한전의 적자가 3년 연속 이어질 경우 신용도가 떨어져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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