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에 파운드리 新공장 전망…中企에도 개방

비메모리 반도체에 12년간 133조 투자

R&D 73조, 인프라 60조…전문인력 1만5000명 채용

4차 산업혁명 핵심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역량 집중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청사진을 새로 그렸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12년간 133조원을 투입,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고,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전자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웠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통해 삼성전자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반도체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 투자

삼성전자는 24일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2030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이 중 인프라 투자 대부분은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화성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용 신규 극자외선(EUV) 공장을 올해 완공할 뿐 아니라 신규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라인은 평택에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이미 확보한 평택고덕산업단지는 전체 부지가 축구장 400개(289만㎡) 크기로 2017년 7월부터 가동 중인 1라인을 포함해 총 4개 라인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삼성전자는 30조원이 투입해 평택 2라인을 건설 중이다. 내년 2라인 가동 후 추가적으로 3~4라인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신규 파운드리 생산 기지를 확보하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TSMC를 제치고 EUV 7㎚(나노) 제품을 세계 최초로 이달 중 출하할 예정이며 5나노 개발도 마친 상황이다. 5나노 공정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 선폭이 5㎚급(머리카락 굵기의 2만4000분의 1 수준)임을 의미한다. 나노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인 시스템 LSI에는 R&D 투자가 주로 진행된다.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는 모바일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 갤럭시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4위), 이미지 센서(2위) 등에서 일부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 체계를 갖췄다는 장점을 살릴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5G 모뎀, 최신 프로세서 및 이미지센서 등을 갤럭시S10 모델에 먼저 탑재해 기술력을 증명한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2016년 인수한 하만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론칭한 이후 처음으로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했다.

메모리 의존 벗어나고 신시장 개척

이 부회장이 이처럼 시스템 반도체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과 추론 역할을 한다. 이러다 보니 시스템 반도체는 PC,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대부분의 IT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ㆍ로봇ㆍ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기도 하다. 시장 규모도 시스템 반도체가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은 3%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 상위 50개 기업 중 우리나라 업체는 단 1곳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독과점 규제 압박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 등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이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된 가운데 메모리 시장 업황에 따라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생태계 확대와 인재 육성

삼성전자는 부족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분야 전체 임직원(약 5만명)의 30%에 해당되는 규모다. 신규 투자 및 생산량 증가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소재, 장비 등 전후방 반도체 생태계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자산(IP) 및 설계 불량 분석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도 발표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전자가 3%에 그치는 비메모리 시장에 적극 투자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체에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메모리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활용할 경우 삼성전자가 제시한 비전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