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완화' 앓는 소리 하며 배당금 잔치? 앞뒤 다른 카드사

카드사들, 배당성향 유지·확대…자본 내부 유보 대신 배당 통해 대주주·오너 몫으로
금융당국 "카드사, 배당금 줄여 자본 쌓을 여력 충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문혜원 기자]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거듭 요구하는 카드사들이 올해도 배당금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배당 대신 자본을 내부 유보,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데 레버리지 비율 완화만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중 지난해말 결산배당을 결정한 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롯데ㆍBC카드 6곳 중 4곳은 배당성향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신한카드는 65.7%에서 65%, 국민카드는 60.6%에서 60.8%로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카드는 42.5%에서 49.5%, 비씨카드는 65.2%에서 87.9%로 배당성향을 높였다. 1년 전보다 배당성향을 눈에 띄게 낮춘 곳은 현대카드(29.7%→21%), 롯데카드(46.2%→30.2%) 2곳 뿐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계 카드사 8곳의 국제회계기준(IFRS)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1.5% 감소한 1조7000억원이다. 실적은 뒷걸음질쳤지만 상당수 카드사들이 배당성향을 높이면서 대주주, 오너들은 여전히 쏠쏠한 배당수익을 챙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배당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하지 않더라도 카드사들이 배당금을 줄여 자본을 쌓으면 그 이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영업환경이 어렵다면서 배당금은 계속 챙기고 레버리지 비율 완화만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를 뜻한다. 현재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은 6배인데 캐피털사처럼 10배로 늘려달라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레버리지 비율이 올라가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영업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금융당국은 고금리대출 증가를 우려, 이달초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건전화' 방안에 사실상 레버리지 비율 완화 방안을 포함하지 않았다. 카드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말까지 레버리지 비율 완화 등 추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비율 규제 고수로 중소형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우리카드는 지난 2013년 4월 분사 이후, 하나카드는 2014년 외환카드와 통합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각각 6배, 5.1배로 높다. 신한카드(4.9배), 삼성카드(3.7배), BC카드(3.4배)는 여유로운 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사의 배당은 주주가 결정하는 문제로 카드사가 사업환경 악화로 배당을 줄이겠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게다가 이미 레버리지 비율이 꽉 차 있는 카드사는 배당도 못했는데 금융당국이 배당을 하라, 마라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주사 관점에서 보면 비은행업은 폭넓은 리스크 요인이 존재해 내부 유보를 많이 해두려고 하는 편"이라며 "배당금을 지주사로 올려 실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다시 인수ㆍ합병(M&A) 또는 투자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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