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EHT를 통해 관측한 M87.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와 모습이 공개됐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EHT를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EHT는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로, 이 가상 망원경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 관측 결과는 이날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발표된 영상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보여준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관측은 2017년 4월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참여해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얻었다. EHT의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이번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이 본 연구에 기여했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인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이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 이유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 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이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M87 블랙홀의 경계(사건의 지평선)는 400억㎞에 조금 못 미친다고 밝혔다. 블랙홀의 그림자의 크기는 이 보다 2.5배 정도 크다.
EHT 연구진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처음으로 검증된 역사적인 실험의 100주년이 되는 올해,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들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언급했다. 도엘레만 박사는 이어 "우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을 이뤄냈다"며 "지난 수십 년간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들을 서로 연결해 블랙홀과 사건의 지평선에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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