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기류 변화 조짐 '北비핵화, 빅딜 대신 단계적 해법'

<h4 class="">하노이 회담 美 "빅딜", 北 "스몰딜" 충돌로 무산트럼프 외교스승 "이른 시일 내 北비핵화는 비현실적""완전한 비핵화 목표하되, 단계적 접근법 모색해야"美 전직 관료들도 "점진적 접근만이 유일한 해결책"문 대통령의 단계적 해법 '굿 이너프 딜' 트럼프 지지 관심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일괄타결식 '빅딜'만을 주장하던 미국 워싱턴의 기류가 '단계적·점진적' 해법으로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스승'이라 불리는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최근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며, 북·미협상에서는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하스 회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후 기고한 글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절충안을 협상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세우되 단계적 접근법(a phased approach)을 모색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했다.

현시점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가 이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전망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현실적인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스 회장은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뿐 아니라 핵물질,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생산의 동결은 물론 핵 관련 시설의 신고와 국제사찰단의 검증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대가로 일부 실질적인 대북제재의 해제와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하스 회장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모든 대북제재의 해제와 외교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임은 분명히 했다.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나오고 있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실장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리비아 방식의 빅딜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만이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해결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요즘 워싱턴에서 변화하는 기류"라고 3일 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영구적인 북한 비핵화에 앞서 핵무기 생산과 실험 중단, 핵확산 차단 등 점진적인 단계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최근 RFA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북미가 합의했던 스몰딜에 관한 내용부터 다시 다루면서, 서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등을 제도화하는 등 실무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부르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북·미 양측의 견해차가 크지만, 스몰딜로 되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워싱턴DC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이 '굿 이너프 딜'로 변화하는 워싱턴 기류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지도 관심이 쏠린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이 내놓은 '굿 이너프 딜'은, 의미있는 스몰딜을 단계적으로 이뤄나가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빅딜을 달성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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