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룰'에 막혀 감사선임 부결 속출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한 코스닥 업체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3%룰로 인해 정족수 부족에 따른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될까 봐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섀도보팅 폐지 후 위임장 대행업체 등에 많은 돈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선임이 부결될까 걱정된다"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참여율이 낮아 별로 기대는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명 '3%룰'에 따른 영향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SGA솔루션즈는 정기 주주총회 상정 안건 중 감사 재선임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 에스트래픽도 상근감사 선임 건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고 밝혔으며 디아이, 깨끗한나라, 에프알텍, 이월드, 신신제약, 삼진엘앤디 등의 상장사들이 같은 이유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감사선임 실패는 3%룰 때문이다. 이는 상장회사의 감사 선임 시 대주주 등에 대해 의결권을 발행 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주총에 불참한 주식을 참석 주식 수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제도인 '섀도보팅'이 2017년 말 폐지되면서 지난해부터 감사선임 부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장사들 입장에서는 감사선임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주총을 개최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 도입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기관투자자 등에 대한 의결권행사 요청 ▲그 밖에 주주총회 성립을 위한 조치 등을 취할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 당하지 않기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 등과 같은 추가적인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식이 분산된 상장사는 섀도보팅 폐지 후 주주총회 성립을 위한 25% 정족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위임장 대행 업체를 고려해야 하는 등 큰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며 "거기에 감사 선임 안건이 있으면 소액주주에게서 받아야 하는 주식 수가 더 많아 훨씬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3% 룰과 관련된 상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주총에서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이 56곳이었으나 올해는 154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어 2020년엔 238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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