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촌에 봄이 왔다…'일산화탄소 공포'는 또 잊혀졌다

[사건 그 후] 강릉 펜션사고 3개월, 대성리·강촌 일대 여전한 안전불감증
"환기만 잘하면…" 경보기 설치 3곳 중 1곳만

새학기 대학생들의 MT 명소로 꼽히는 대성리, 강촌일대의 펜션에 방문과 전화를 통해 문의한 결과 LPG 보일러를 난방에 쓰고 있는 펜션 24곳 중 9곳에만 일산화탄소 감지·경보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가평 대성리, 과잠(야구 점퍼 스타일 학과 점퍼)을 입은 새내기 대학생들 수백명이 '대성리 MT 마을'로 들어섰다. 대성리 MT마을은 110여개가 넘는 펜션 등 숙박시설이 즐비해 촌락을 이룬 대학생 MT명소다. 저마다 1박2일 , 2박3일의 일정으로 새내기 MT에 나선 이들은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새내기 대학생들이 묵을 펜션들은 강릉펜션사고 이후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도 안전불감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25일 새학기 대학생들의 MT가 줄을 잇고 있는 경기도 가평 대성리와 강원도 춘천 강촌역 일대 펜션에 방문과 전화를 통해 문의한 결과 LPG 보일러를 난방에 쓰고 있는 펜션 24곳 중 9곳에만 일산화탄소 감지·경보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후 100일이 지났지만 일산화탄소 감지·경보기가 설치돼 있는 곳은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펜션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A펜션 대표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지자체에서도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하라고 하던데 환기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강릉펜션사고는 화재가 아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 였다. 일산화탄소는 감지할 수 없는 가스경보기를 설치한 B펜션 관리자는 "같은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성리의 한 펜션은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없다며 분말 소화기가 자동으로 분사돼 화재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강릉펜션사고는 화재가 아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해 12월18일 발생한 강릉펜션사고는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학생 10명이 강릉의 한 펜션에 숙박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죽고 7명이 다친 사고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보일러와 연통의 이음매를 엉터리로 시공했고 이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학생들이 자고 있던 방에 가득찼던 탓이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한 기체로 사람의 몸에 들어가 산소 순환을 방해해 심각하면 생명까지 앗아간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일산화탄소 감지·경보기는 시중에서 단돈 1만원이면 살 수 있다. 보일러실, 주방 등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치도 간단하다.

사고가 난 펜션을 비롯해 대성리, 강촌 일대의 펜션 대부분은 농어촌 민박업으로 등록돼 있다. 20대초반의 대학생들이 MT를 즐겨 찾는 곳들이다. 농어촌 민박은 현재까지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일산화탄소 경보기, 피난 유도등, 휴대용 비상 조명등, 자동확산 소화기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민박은 ‘숙박업’ 허가시설과 달리 소방관리 안전기준이 낮아 이에 대한 규제나 제재가 강화될 필요가 있었다”며 "민박들이 자체적으로 안전장비를 갖추도록 기다리기보단 정부나 지자체가 철저한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 앞으로 펜션 등 숙박시설에 가스·기름·연탄보일러 등이 설치된 경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이 되는 숙박시설은 농어촌 민박, 외국인관광 도시민박, 한옥체험업, 개별 난방식 일반 숙박업소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숙박시설 안전개선대책은 이달중 의원발의를 통해 입법예고돼 시행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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