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영장심사' 맡은 허경호 판사, 이력 두고 논란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강형주 전 차장 배석판사 출신 '공정성' 의심 시각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허경호 판사가 맡게 된 것을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허 부장판사가 배석판사로 근무할 당시 부장판사였던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사실상 공범으로 적시됐기 때문이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제출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서에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통진당 소송 재판거래’,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혐의 등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사실상 허 부장판사가 강 전 차장을 재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보기에 따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심사가 강 전 차장에 대한 ‘사전 심사’격일 수 있는 만큼 허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강 전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하나의 보고라인으로 판단했다.강 전 차장은 2014년 8월~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지내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다수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차장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전임자다.우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공통적으로 받고 있는 법관 온라인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 축소 시도 혐의에 강 전 차장도 연루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판사판 야단법석’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주로 올라왔다.양 전 대법원장은 박 전 대법관, 강 전 차장,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통진당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강제징용 재항고 소송 지연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한 혐의에 강 전 차장이 연루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검찰은 양 전 대법원은 법관의 재외공관 직무파견을 하나의 ‘거래 품목’으로 여기고 2015년 7월 법원행정처에게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추진 검토’ 등 관련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 생성된 문건들도 강 전 차장, 박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순서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2014~2017년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강 전 차장이 개입됐을 것으로 보고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했다.법조계에서는 2011년 강 전 차장이 재판장을 맡았던 재판부에서 배석판사로 지낸 허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 결과가 강 전 차장의 향후 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해 11월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게 되자 과거 연고관계 등을 이유로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3부도 변호인과의 연고관계로 인해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면서 “허 부장판사는 영장심사 이후에도 논란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반면 법원은 이번 영장심사를 앞두고 벌어진 공정성 논란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정성 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판사 개개인은 양심과 법에 따라 심사를 하는 것”이라며 “몇몇 사사로운 인연에 따라 재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는 검사 출신 법관인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가 맡게 된다.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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