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인협회장 첫 직선제 '삐걱'…선거 관리 불공정 논란

전자투표 업무 선관위 아닌 민간업체 위탁 논란불공정 선거시 처벌 규정 등 법제화 필요성 제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첫 '직선제'를 치르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 선거가 초반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회원수 80만명의 국내 최대 직능단체인데다 그간 선거전이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얼룩지면서 어느 때보다 '공명 선거'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자체적으로 선거 관리에 나서면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졌다.14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3월4일부터 7일까지 전 회원이 참여하는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13대 협회장과 9대 직무분야별 기술인회장, 대의원 등을 뽑는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같은 달 17~23일 후보자를 등록하고, 다음 달 28일부터 선거 전날인 3월3일까지 선거운동에 돌입한다.협회는 건설 관련 기술 자격증이나 전공자들이 가입된 단체로 건설 현장에서 기술인들의 경력증을 발급해주는 업무를 한다. 그동안 직능별로 선출된 200명의 대의원만 투표에 참여하는 간접선거를 통해 협회장을 뽑았다. 이 때문에 3년마다 되풀이된 협회장 선거에선 대의원을 확보하기 위한 후보간 경쟁이 치열했고, 금권선거 논란 등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소송전 등으로 얼룩졌다.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올해 처음 회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회원수 80만명, 정회원만 5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을 통한 전자투표 방식으로, 5명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직접 관리한다.문제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 협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반적인 선거 관리를 맡기지 않은 데 있다. 여기에 전자투표 업무를 위탁한 방법이 현 집행부와 친분이 있는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업체의 전자투표시스템의 경우 발주한 측에서 실시한 투표 현황을 파악해 특정 직능군의 투표를 독려하는 등의 부정 선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불공정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직선제로 바꿨는데 민간 업체에게 전자투표시스템 운용 일체를 맡겨 공정한 선거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첫 직선제인 만큼 중앙선관위에 선거 관리를 위탁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협회는 중앙선관위의 선거 위탁의 경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에 적용되는 농협이나 수협 등 공공단체만 해당되는 만큼 선거 관리의 위탁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중앙선관위의 전자투표시스템 'K보팅'을 이용하려면 비용 부담이 막대해 민간업체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중앙선과위 전자투표의 경우 2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민간업체는 이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협회가 건설기술인 경력 인증 업무 등 국토교통부의 위임을 받아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협회의 설립 근거가 되는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 선거 관리 규정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중앙선관위는 "관련 법에 불공정 선거시 처벌 규정 등 선거 관리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선관위가 위탁 관리를 맡을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공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선거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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