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로 가는 길]①수능 인서울과 청년 정규직 비율 모두 '7%', 우연일까?

수능 등급을 나눌때 기준이 되는 스테나인(stanine) 점수방식. 평균적으로 1등급 4%와 2등급 상위 3%를 합쳐 7% 정도가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그래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수능이 한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의 초유 관심사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인(in)서울' 이란 단어다. 인서울이란 서울시내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이르는 말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공통 목표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인서울 실패 자체가 계층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 두려움은 결코 아무 근거없는 두려움이 아니다. 인서울에 성공한 4년제 대학 진학자 비율과 청년 정규직 비율이 둘다 '7%'로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15년 20세가 된 청년, 즉 1996년생 중 인서울 4년제 대학 진학자는 7.17%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2월 발표한 서울에 거주하는 18세~29세 청년들 중 정규직 비율 7%와 일치하는 비율이다. 물론 해당 통계의 한계와 여러 변수들을 감안했을 때, 단순비교는 힘들겠지만, 두 수치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수능을 통해 만들어진 학생들의 등급이 향후 성년이 됐을 때는 계층 분화로 이어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생들의 성적 또한 부모의 경제력과 직결되는 시대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중학생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소재 학업성취도 우수 중학교 상위 30개 중 강남3구의 비중이 77%에 달했다. 중학교 성적을 기반으로 고등학교, 수능성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공교육 체계 상황을 감안하면 경제력이 곧 높은 성적을 담보하는 셈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시민 만 18~29세 청년 중 졸업 이후 취업경험 및 종사상 지위를 조사한 결과, 정규직 비율은 7%였던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서울연구원)

문제는 이 7%의 룰이 사회에까지 이어진 이후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8월 기준 사업체 노동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정규직) 대비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임금은 43.7%에 불과했다. 단순 비교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2.5배 정도 난다는 것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이 60%대인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임금은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사회초년생부터 빈부격차가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사회의 계층이동이 어렵다는 여론도 점차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7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일생동안 노력을 한다면 본인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은 65%에 달했다. 자식세대의 계층이동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낮다는 응답은 55%로 절반을 넘어섰다. 결국 경제력이 높은 집안에 태어난 학생이 좋은 등급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또 좋은 직장을 받아 높은 연봉을 받는 '계층의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고착화가 심화되면, 조선시대와 같은 계급사회가 다시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 전 근대시대, 동아시아 내에서 오늘날 수능처럼 작동했던 과거제도의 경우에도 시험 자체는 법적으로 모든 양민들에게 열려있었지만 합격률은 경제력이 갈랐다. 과거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양반'이라는 신분적 특권은 생계와 관계없이 시험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지주의 자녀들에게 한정됐다. 1910년 전국 호구조사에서 양반의 비율은 전체 289만4700여호 중 5만4200여호로 전체 인구의 1.9%에 불과했다. 통계적 한계를 감안해도 조선시대 양반 비율은 7%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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