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교수
[아시아경제]몇 해 전 인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학회에서 주관하는 해외답사여서 참가자들 대부분이 대학 교수들이었다. 이때 함께했던 한 원로 여교수가 농담처럼 한 말이 생각난다. 자고로 교수들이란 '이상한 사람'과 '아주 이상한 사람' 딱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여러 교수들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그렇지만 웃음 뒤끝은 왠지 씁쓸했다.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었다.저출산 현상으로 학생 수가 나날이 감소되는 가운데 대학들은 대내외적으로 순위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교수 연구력과 학과 취업률 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부문의 실적을 수치 지표로 평가받는다. 대학 구조조정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같은 대학 내에서도 교수별로 연구실적에 따른 등급 및 조교 배정 등에서 처우가 달라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여러 대학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 등 학생들에 대한 교수 갑질 논란의 주인공 중 상당수가 매우 뛰어난 연구업적을 내는 경우라고 한다. 원로 여교수의 말속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교수를 포함해 소위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그다지 존경받을 수준이 아니거나 평범한 사람들임을 빗댄 표현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언론에 나타나는 것만 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수행을 이유로 최악의 수해 상황 중에 해외출장을 가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을 들쥐로 표현하는 도의원, 직원들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최고경영자(CEO), 공관병을 노예 부리듯 하는 군 장성 등등.어느 유명한 심리학자가 한국인의 심리코드에 대해 쓴 글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남과 다르게 튀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성공한 삶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남과 다르게 살면 뭔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집단주의적 성향을 동시에 보이는 한국인의 이중적 심리구조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심리학자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을 크게 '괜찮은 사람'과 '잘난 사람' 두 부류로 구분했다. '괜찮은 사람'으로 살려는 사람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좀 더 강하면서도 실제로는 남들에게 다 갖춰진 듯 보이는 완벽한 삶을 추구한다. 반면 '잘난 사람'으로 살기 원하는 사람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좀 더 강한 부류로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위공직자나 성공한 CEO, 교수나 정치가 등 대표적인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라고 한다.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든 사람'과 '된 사람' 그리고 '난사람'이라는 용어로 성공한 사람을 지칭해 왔다. '든 사람'이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은 전문가들이며, '난사람'은 재주와 능력이 많아 출세하고 이름난 사람들로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탁월한 업적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하고 덕이 있어 됨됨이가 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 갈고닦은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변을 두루 살필 줄 아는 덕을 고루 겸비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세 유형 중 가장 바람직한 사람은 '된 사람'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괜찮거나 잘난 사람들 중 '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진정한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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