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협상 고수의 조언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한ㆍ미ㆍ중 간의 입장 차이, 북한 제재에 대한 미ㆍ중ㆍ러 간의 대립도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ㆍ중ㆍ러ㆍ일 간의 외교전이 한창인 지금,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법은 없을까. 취재 과정에서 학계 전문가들, 외교ㆍ통일 당국자들에게 수 차례 질의했지만 복잡미묘한 외교 협상의 해결책이 담긴 답변을 듣기란 실상 어려운 일이다.  오밤중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잠을 설치고 평소보다 일찍 깬 주말 아침, 문득 협상의 방법론이 궁금해져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원제:Getting more)'는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협상 전략서다. 이 학교에서 13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에 꼽혔다는 광고에 솔깃해 서가에 모셔두긴 했지만 이제서야 제대로 펼쳐 보았다.  저자는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법에 필요한 12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읽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았다. 12가지 전략의 키워드는 ▲목표에 집중하라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감정에 신경 써라 ▲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차이를 인정하라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등이다.  한반도 외교 상황에 적용하면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감정에 신경 써라 등이 가장 핵심적인 항목이 아닐까 싶다.  단 한번의 제의나 몇 번의 접촉만으로 남북관계의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역지사지의 자세와 상대방 머릿속의 그림을 제대로 파악해야 협상의 실마리가 풀린다. 협상의 성공요인 중 내용ㆍ팩트는 10에 불과하고 절차와 상호 유대 형성이 90이라는 저자의 지적도 시사점이 크다. 상대의 감정적 도발에 쉽게 동요하고 강대강으로 치닫는 아마추어적 대응은 개성공단 폐쇄 사태를 끝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협상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라는 저자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북한의 군사도발 억제를 위한 기민한 대응은 필수적이지만 이것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누가 더 세고 어느 편이 이기느냐의 판가름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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