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기승전'기업'…'정권의 호갱님' 청구서 쌓여간다

7월 18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 시작 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법인세·최저임금·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협력이익배분제·미래성과공유제 도입….문재인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돼 감당하기 어려운 '청구서'가 잇달아 날아들자 재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 재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일자리경제, 공정경제, 민생경제 등을 추진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과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는 ▲우리 경제의 현실은 물론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우려되고 ▲재벌과 부자 등 이념적 프레임에 매몰돼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승전 대기업책임, 기승전 대기업부담'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대책은 '기승전 대기업'일 정도로 대기업의 부담을 전제로 한다. 최저임금 후폭풍이 거센 상황임에도 여당과 진보 야당, 시민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가 늘어날 경우 그 부담을 재벌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납품단가를 올려주거나 본사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소상공인단체들이 법적 대응과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고 섬유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전방은 전국에 보유한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다른 산업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20% 가까운 금액이 올라야 하니까 문제가 크다"고 전했다.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대·중소기업 협력이익배분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협력사에 반기 또는 연간 단위로 이익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당정은 이미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돼 무산됐던 초과이익공유제의 또 다른 버전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기업이 이익을 계속 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4대 그룹 임원은 "세계 무대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끊임없이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마진을 줄여 기업의 상황이 악화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협력사에 돌아갈 것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에 배분한다고 하는데 반대로 대기업이 적자를 볼 때 그 부담도 협력사가 나눌 것인가"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분도 책임지고 이익도 공유하라여당발 법인세 인상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소득이 2000억원을 초과하는 곳에 대해 '초(超)대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과표를 신설해 현행 22%에서 25%로 세율을 높이자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법인세 인상이 꾸준히 거론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법인세에 대해 재벌과 재벌 총수가 내는 세금이라는 왜곡된 인식도 반복되는 법인세 인상 논란의 배경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법인세는 법인이 내는 세금이고 결국 기업의 비용으로 들어간다"면서 "재벌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는 선동은 세금이 높아지는 만큼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 등에게 전가된다는 경제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법인세를 인상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할 경우 이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세율을 확대하기보다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조세 대상이 되는 이윤의 총액을 늘리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실 도외시한 산업용 전기료인상…국정과제에 親기업은 안보여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는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다. 기업에 부담을 크게 지우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해온 것이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대규모 장치산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재벌 특혜이며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전력업계 전문가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소매라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도매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라면서도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라는 현실이 엄연한데도 경유세를 올려 경유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처럼 당장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전력 과소비를 줄인다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말했다.재계는 국정과제의 책임을 상당 부분 대기업에 지우면서도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 확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친(親)기업정책은 거의 없다는 점에 아쉬워한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5개년 국정과제를 자세히 봤지만 기업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어 놀랐다"면서 "경제계는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4차 산업혁명 대비 신산업 인프라 구축 등을 당부했는데 진흥은 없고 규제만 많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