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업, 더 감당하기 어렵다' 줄줄이 방 빼는 유통대기업(종합)

이마트 "완전 철수" 선언, 롯데마트는 "일부 매장 현지 기업에 매각"현지화 실패에 사드 이슈까지…하면 할수록 밑 지는 장사터지면 대박…하지만 안착까지는 고난의 길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이 이용섭 정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현지화 실패로 인한 수익성 악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폭풍 등에 시달리던 유통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접고 있다. 이마트는 완전히 손 떼겠다고 선언했고 롯데마트는 중국 내 일부 매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마트는 중국에서 나온다.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이는 기존에 검토했던 '1~2개 점포만 남긴 채 철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결단이다. 한 달여 전 이마트는 "지난해에만 21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중국 사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총 6개 매장 중 1~2곳을 테스트베드 혹은 무역 거점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게 중·장기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 부회장이 아예 점포를 다 빼버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매장들은 가급적 빨리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 임차 건물은 조기 철수 시 보상금을 내야 하지만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점포 1개를 폐점하는 데는 1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하이 라오시먼점처럼 임대 계약 종료와 맞물려 자연스레 나오면 상대적으로 폐점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다른 점포들의 경우 남은 임대 기간에 따라 지불해야 할 보상 금액이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1997년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다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이어와 6개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상하이의 중국 1호점(취양점) 문을 닫았고, 지난달 말 라오시먼점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했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최소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특히 중국 이마트는 현지 중간 도매상 등과 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이번 결단을 내리게 됐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앞에서 시위대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웨이보)

중국 내 대부분 롯데마트 점포는 사드 보복 여파에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 재개에 앞서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99곳 중 장기간 대규모 적자 상태인 20~30개를 매각하기 위해 다수의 현지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주요 협상 대상으로는 중국 상무부가 출자한 국영기업 '화롄그룹'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화롄그룹은 90여개 백화점과 2400여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내 최대 유통그룹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에는 '규제 폭격'이 몰아닥쳤다.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 결과 등을 이유로 전체 운영 점포의 90%에 달하는 74개 매장 영업이 중단됐다. 13개는 자율 휴업 중이다. 나머지 12개는 손님이 거의 안 들어 개점 휴업 상태다.
매각이 추진되는 매장은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장기·만성 실적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C등급' 점포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6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연 이래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매년 적자를 기록해왔다. 2013년 830억원 수준이던 손실 규모는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1240억원에 달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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