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닛케이 '삼성전자, 한국 경제를 위한 사회적 역할 찾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삼성전자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선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삼성전자가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구조인데, 저성장 비고용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위해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가 지난 8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내보낸 '일본 경제의 아버지가 삼성에 줄 수 있는 충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가 눈길을 모은다. 한국경제와 삼성전자 간 상관관계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다뤘는데, 여기서 '아버지'는 일본에 주식회사를 소개하는 등 일본 근대 경제를 확립한 기업가인 시부사와 이에이치를 가리킨다.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오늘날 한국 경제의 경제적인 모순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정의했다. 닛케이는 "한국의 정부와 재벌 간의 유착은 오랜 문제였다. 한국민들은 정경유착으로 인한 과실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침체되고 경제 엘리트들의 비행이 드러나면서 한국민들은 인내심을 잃었다"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재벌의 비행 사례로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을 꼽기도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S8를 뉴욕에서 공개하고 있다.

특히 닛케이는 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중 견제를 받는 삼성전자의 처지를 글로벌 영토 확대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는 매출의 90%를 세계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객이 글로벌 시장에 산재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국내 고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민의 분노가 삼성전자로 향하게 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서는 '흙수저',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서민들의 정서가 작용한 결과라고 봤다. 다만 닛케이는 이같은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쇠락한 자동차산업(러스트 벨트)의 백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포드의 공장 해외 이전을 저지한 것을 예로 들었다. 기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대통령 선출 및 기업 활동의 저지 등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벌어진 금융위기에 대한 분노로 월가에 대한 반대 운동이 벌어진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부사와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끄집어냈다. 시부사와는 "기업가가 거대 갑부가 됐다고 하더라도 만약 사회 내 많은 수가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그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닛케이는 "시부사와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삼성에 세계화를 가속화하면서도 한국 기업이라는 뿌리를 잊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닛케이는 우리나라 재계에서도 시부사와 사망 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직원이 광주사업장 삼성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를 생산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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