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소비시대…동물병원 문턱 닳고, 홈쇼핑서 장본다

신용카드 사용액 분석해보니…작년 동물병원 결제액 1000억 늘어 홈쇼핑·인터넷쇼핑서 1년새 10조, 편의점서 1조 넘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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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5ㆍ여)씨는 3년 전부터 푸들, 몰티즈 한 마리 씩을 키우고 있다. 각종 애견용품과 사료, 간식 등 김씨가 반려동물을 위해 매달 지출하는 돈은 월급의 약 20%. 이번 황금연휴에는 지출이 배로 커졌다. 해외여행을 가있는 5일간 한 동물병원에 호텔서비스와 간단한 건강검진을 포함해 약 70여만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56세·남)씨는 최근 간편식품 코너를 확장했다. 각종 도시락 제품부터 간단한 과일, 샐러드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다.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특징을 반영해 혼자 먹을 수 있는 술안주, 간식거리 등을 발빠르게 들여오는 것도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장씨는 "퇴근길에 들러 혼자 먹을 것을 사가는 젊은 사람들이 최근 1~2년새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혼밥·혼술이라는 말이 괜히 유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인가구 520만 시대, 소비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非婚)족',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의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형마트나 시장을 찾는 대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을 애용하면서 도시락 열풍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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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사용된 연간 카드결제액은 지난해 7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전인 2015년(6806억원)보다 1058억원 늘어난 수치다. 총액은 물론 연간 증가액으로도 역대 최대다. 올해 들어선 1월 635억원, 2월 681억원을 기록했다. 동물병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933억원이었던 연간 결제액은 2012년 4628억원, 2013년 5112억원, 2014년 5876억원으로 급증했다. 월평균으로는 작년 655억원을 기록, 전년(567억원)보다 15% 넘게 늘었다. 이는 1인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와 연관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수는 1980년 38만 가구를 시작으로 1990년에는 100만 가구, 2000년 220만 가구, 2010년 400만 가구, 2015년 520만 가구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7%에 달하는데 향후 2022년엔 30%까지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홈쇼핑·인터넷판매, 편의점 결제액은 소비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을 또 확인할 수 있다. 홈쇼핑·인터넷판매에서의 결제액은 지난해 51조658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조를 넘어섰다. 1년전인 2015년(41조3323억원)보다 24.9%(10조3262억원)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연말 쇼핑 수요가 몰리는 작년 12월엔 월별 결제액이 5조1391억원으로 최초로 5조원을 상회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4조9993억원, 2월 4조9451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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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혼술족을 등에 업은 편의점 결제액도 꾸준한 증가세다. 작년 한 해 편의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5조434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엔 4조824억원으로 1년 동안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편의점은 유통업계에서도 매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9% 늘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기업형수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부문은 4.4% 증가했는데, 이중 편의점이 11.5%로 증가세가 가장 컸다.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쿠팡 등 온라인 부문은 12.3% 매출이 증가했다반면 할인점, 백화점 등 전통 유통 강자의 경우 정반대의 분위기다. 할인점의 연간 신용카드 결제액은 작년 25조3868억원으로 2015년(24조8394억원)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14년(25조9862억원)보단 오히려 줄었다. 백화점의 경우 2015년 14조1967억원에서 작년 14조5028억원으로 증가세가 미미했다. 1인가구의 급성장으로 인한 변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SNS에서 900만여 건의 메시지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1인 가구'는 분석 첫해인 2014년부터 소비 연관어로 등장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주로 먹거리, 키울 거리, 배울 거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점이 특징이었다. 먹거리에 대해서는 간편식 위주의 도시락·라면 등에 대한 언급이 높았고, 먹거리 구입 장소로는 편의점 언급량이 마트의 2배 이상이었다. 강아지·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으며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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