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끔찍한'(horrible) 거래다. 재협상하거나, 폐기(terminate)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와 진행한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만든 끔찍한 협상"이라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도 개정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것도 처음으로 FTA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과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고려하더라도, 그가 처음으로 폐기를 언급한 만큼 그 말을 꺼낸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공식적인 재협상 요청이 들어온 것은 아직 없다"며 진의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어디까지나 한미 FTA는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미국이 카드를 꺼내더라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를 해결한 후 한미 FTA를 손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의 '한미 FTA 개정'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3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나프타, 그 다음이 중국이고 그런 후에야 한미 FTA를 논의에 올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가 무역흑자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남은 조치들을 시행하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미국에 다녀온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을 쓴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소 현실인식이 안이해 보인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는 6월 발표되는 미국 상무부의 무역적자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전반적 무역거래를 살펴보고 무역적자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미국 정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주된 단서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식·비공식적 루트로 알아본 범위 내에서는 한국이 주된 타겟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6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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