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도널드 트럼프 사용설명서

김근철 뉴욕 특파원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예상은 했지만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연일 좌충우돌하며 예측불허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언론들엔 요즘 '트럼프 말 뒤집기(Trump flip-flops)'를 비판 메뉴에 추가했다. 정권 출범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걸었던 주요 공약과 약속을 속속 뒤집고 있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나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180도 바꿨다.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정부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대해 호의를 표시하는 모습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비밀 병기'처럼 자랑했던 국경조정세(BAT) 도입에 대한 동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말 뒤집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과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와 성찰이 없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적 전사라기 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장사꾼 기질에 충실한 인물이다. 자신이 누차 강조했던 약속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면 미련 없이 입장을 바꾸고 '회군'을 결정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는 인기에 영합해온 '준비 안된 대통령'이라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라면 한국은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방위비 분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숱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두 한국이 수세적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입장 변경의 명분을 제공하며 설득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손쉽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플로리다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10분 동안 시 주석의 설명을 듣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고 공개했을 정도다. 다음 달 9일이면 한국에선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들어선다. 책임 있는 대선 주자라면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향후 한미 관계 재정립이란 과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로드맵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안보와 안정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보낼 청구서 금액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준비 안된' 트럼프 대통령을 '10분 만'에 설득시킬 준비가 돼 있는 지 묻고 싶다.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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