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진단]대우조선 회생 낙관론…대마불사인가 대마필패인가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실사보고서의 수주전망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반의 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STX조선 채권단 관계자가 법정관리 전 구조조정 상황을 회고하며 한 말이다. 수주전망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변적인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날 것이라며 지원안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도 수주전망이다. 산은·수은은 대우조선의 신규 수주가 ▲2017년 20억달러 ▲2018년 54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 전망을 2016년 1120만GGT에서 ▲2017년 2005만GGT ▲2018년 2950만GGT로 보는 것도 한몫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수주전망치를 100% 달성한다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대우조선은 연 70억달러 가량 수주를 할 것으로 본다”며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 수주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에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15년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세웠던 수주전망은 한참 빗나갔다. 대우조선의 수주 규모가 2016년에 1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주 규모는 예상치의 10%에 불과한 15억4000만달러. 이에 클락슨의 글로벌 조선 경기 개선 전망은 단지 예상이라는 점, 중국 조선소 등 다른 나라 조선사의 과열경쟁으로 대우조선의 수주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이 국책은행을 제외한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참여를 망설이는 배경이다. 더욱이 이 회장이 “대우조선에 저가수주를 막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도 수주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부분이다. 골라서 수주를 받는 만큼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올해부터 산은은 해양금융연구소를 통해 위험성·가격에 대해 검증하던 수주 기준을 5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낮춰 수주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만 하면 수주의 양과 질 모두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예상인데, 이는 전망치에 불과하다. 덩치가 크니깐 죽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권 말기 때마다 반복돼온 대기업의 회생을 두고 이제는 대마불사가 아닌 대마필패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