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세금 안내는 지상낙원? 이름만 바꿔 다 거둬가네

정권이 필요로 하는 세수(稅收)…북한 중앙은행 '사회경리수입'으로 징수

북한은 공식적으로 1974년 세금제도를 철폐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이후 각종 명목으로 비용을 부과하며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따라 북한은 지난해부터 상위 10%의 '돈주'들을 대상으로 개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법을 검토하며 사실상의 세금제도 부활을 준비 중이다. 사진 = flickr @stephan

에드워드 스노든은 파나마 페이퍼즈 운동을 두고 "데이터 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큰 유출 사건이 밝혀졌다." 고 논평했다. 세계 각국의 정치인, 큰돈을 숨기고자 했던 무기상과 마약상, 그리고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무엇보다 세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기업인들은 파나마, 그리고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로 무난히 '피난'해 세금폭탄을 피해왔고, 이들이 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조세피난처를 앞 다퉈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세금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말했으나, 그 확실한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 오늘도 막대한 부를 소유한 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세계 각지에 세금 없는 나라들이 몇몇 있지만, 그 이면엔 그만한 재원확보를 위한 각양각색의 정책과 제도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 북한이 그 선두에 서 있다.

북한의 각 지역 사업소 및 공장들은 거래수입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의 부가가치세, 법인세와 같은 세금 납부와 같다. 사진 = 평양326 전선공장, 조선의 오늘

세금제도 완전 폐지, 실상은?자본가를 인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북한은 세금을 자본가가 인민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보고 1974년 3월 25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세금제도 완전폐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4월 1일을 세금제도 폐지의 날로 지정, '세금 안 내도 되는 지상 낙원'을 표방하며 대외적인 선전도구로 이를 줄곧 활용해왔다. 지난 2001년 '세금제도 철폐' 27주년을 맞아 평양방송은 "세금을 국가의 필수적 동반물로, 공민의 의무로 여겨오던 기성관념과 낡은 사회의 유물이 종말을 고했다"고 방송했지만, 이 방송을 지켜본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코웃음을 쳤다. '세금'이란 이름만 없어졌을 뿐, 국가가 요하는 세수(稅收)원은 늘 필수불가결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세금을 제외하고도 '자진참여'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노동에 나서야 하는 주민들의 노역 또한 노동으로 제공하는 세금과 다름없다. 사진 = 조선의 오늘

세금은 없지만 '국가세무국'은 있다최근 연이은 무력도발로 대외무역이 통제된 북한이지만, 종전의 북한 생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중국과의 교역에서 국경의 중국 상인들은 거래 물건 종류에 관계없이 관세로 북한 돈 십여 만원을 지불해왔고,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엔 도로세 명목으로 또 세금을 납부했다. 그렇다면 일반 주민들의 사정은 어떨까?공식적인 세금부과는 없어졌지만, 북한 중앙은행이 부과하는 '사회경리수입'은 세금의 다른 말이다. 기업소(공장) 거래 시 부과되는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 이익금, 협동단체 이익금 등은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의 다른 말일 뿐이며, 일반 주민들은 매 분기마다 인민반장과 찾아오는 배전소 부원들의 방문에 보유 중인 전기용품 현황에 따라 전기세를, 시장에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의 경우엔 과거 장마당 시절부터 고정(?)된 종목과 일일 매출에 따라 차별 부과된 금액을 시장관리소에 납부하고 있다. 학교와 당 조직, 근로단체에서 소집하는 '자진 참여'를 빙자한 강제 노역 또한 과거 조선시대의 군역을 방불케 하는, '노동으로 지불하는 세금'의 포장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 3월 21일 세금제도 철폐 43주년을 맞아 세금제도를 두고 '수 천 년 내려온 낡은 조세제도'라고 비난했으나, 정작 갈수록 외국 자본에 의한 부유층이 급증하자 세금제도 부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제 선전 도구냐 실리냐를 놓고 북한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 = 조선의 오늘

북한은 지난 3월 21일 '세금제도 철폐' 43주년을 앞두고 또 한 번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수 천 년을 내려온 낡은 조세제도의 종말을 고하고 역사적 사변으로서 조선식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과시"라고 주장했는데, 수천 년간 내려온 제도가 왜 존속돼야 했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선전을 위해 강조되고 있는 '세금 철폐'는 가뜩이나 대외무역 통제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에 신음하는 주민들에게 '고지서 없는 세금'에 대한 반발심만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