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 회장과 신 회장은 출국금지됐고 이 부회장은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0과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작년과 올해 글로벌 경영 횟수다. 이 부회장은 매달 공개된 일정만 2, 3차례 해외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하고 사업 기회를 찾았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방한한 왕양 중국 부총리를 접견(1월)했고 이사 자격으로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이후에도 엑소르 이사회(5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7월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 경영진과 회동(8월), 인도 뉴델리 방문 나렌드라 모디 총리 예방(9월)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했다. 최 회장도 사면 이후 지난 한 해에만 10여차례 해외일정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만 6차례를 다녀왔다. 비공개로는 중국, 일본, 홍콩 등을 수시로 다녔다. 삼성과 SK를 이끌고 있는 두 총수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한 이후 넉 달 이상 해외경영을 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계는 최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출금조치가 풀리길 희망하고 있다.23일 개막한 중국 보아오포럼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지만 총수들의 발길은 끊겼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중국이 롯데를 비롯해 한국기업에 전방위 보복조치를 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민간외교의 물꼬가 트일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 포럼 이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 회장, 이 부회장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에 따라 글로벌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재계 총수들의 발이 묶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갈라파고스에 갇힌 재계'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23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막하는 보아오포럼 현장 모습[사진=보아오포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상의 이유와 정국상황 등 때문에 대외 활동이 부쩍 줄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유럽 3개국과 미국, 멕시코, 중국 등을 도는 강행군이 마지막 출장길이었다. 그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 장시간 출석한 이후부터는 양재동 본사에 주로 머무른다. 대신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요 모터쇼와 다보스포럼, CES 2017 등에 참석하며 바빠졌다. 김 회장도 청문회 이후 건강이 나빠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했고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 등 방한한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경영만 소화한다.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에는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사태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낡은 관행과 결별하고 법보다 엄격한 자율규범을 솔선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높아진 책임경영과 투명ㆍ윤리경영에 걸맞게 사법부가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과 수사를 통해 기업들의 경영족쇄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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