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쌍방향 문화교류와 아세안문화원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손뼉을 치는데 두 손이 필요하며, 탱고를 추는데도 두 사람이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서로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문화권 간의 교류도 마찬가지여서 상호간에 엇비슷하게 이해하고 교류해야 지속가능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엄청난 데 비해 우리의 이해도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 지역으로 동남아를 생각할 수 있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은 1967년 5개국으로 출범한 이래 1999년 캄보디아의 가입으로 10개 회원국 6억5000만 인구가 역내 통합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10개국의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 주목, 이 지역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특별작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미 10개 회원국 주재 대사관과 별도로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여러 면에서 이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로 무역ㆍ투자ㆍ건설시장에서 각각 2위 규모이며, 우리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는 우리의 경제성장 역사를 자국에 이식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고, 한류확산을 계기로 우리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대학이나 중등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경제 등에 대한 강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아세안(ASEAN)과 아시아(Asia)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다양한 아세안 국가와 민족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태부족이다. 정상급을 위시한 다양한 수준의 정부간 협력체가 운영되고 있고, 500만명에 이르는 우리 국민들이 매년 이 지역을 방문하고 있지만, 이들의 문화를 우리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4년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부산에 '아세안문화원'을 설치하여 아세안의 문화를 한국에 보다 널리 알리는 노력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부산시가 제공한 부지에 외교부가 예산을 들여 지상 4층, 지하 2층으로 짓고 있는 아세안문화원은 올 가을 개원 예정이다. 이 문화원의 운영은 우리 문화의 해외전파에 더하여 최근 우리 국민들에게 해외 문화를 전하는 사업도 꾸준히 확대해온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맡게 된다. KF는 지난 수년간 서울시내 한 가운데 갤러리를 운영하며 주한 대사관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회, 음악회, 강연 등을 연중 개최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세계 각국 문화를 친근하게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터이다. KF는 수개월간의 창설준비팀 운영을 거쳐 최근 직제 개편으로 문화원 조직을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세안문화원은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통해 아세안의 문화를 우리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국내 거주 아세안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향수를 달래줄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미 우리 인구의 4%에 육박하는 200만 외국인과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다. 가파른 저출산ㆍ고령화 속도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단일민족국가의 신화를 깨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과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이루는 일은 필연적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쌍방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세안 10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경제적ㆍ문화적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기여할 대안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아세안문화원이 그 촉매제가 되려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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