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부처마다 '복지부동' 사례 속출부작위와 근무태만 등으로 기업, 가계가 피해한국경제 발목잡는 리스크요인 급부상[아시아경제 편집국 기자] '최순실게이트'와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관가의 낙지부동(不動)으로 한국경제가 돈맥경화에 빠졌다. 공무원 사회는 그간 부작위(不作爲ㆍ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안 하는 것)나 근무 태만 등 '소극적 행정'으로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복지부동을 뛰어넘어 낙지처럼 땅에 찰싹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무원들이 늘면서 '낙지부동'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탄핵심판과 조기대선, 여소야대 20대 국회의 상황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낙지부동은 공무원 개인과 관료사회만의 문제가 벗어나 행정 수요자인 국민과 가계, 기업, 공공·금융기관 등에서의 유무형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요인이 되고 있다.
◆ “부서 개편 1순위라는데...” 일손 놓은 '아몰랑' 증후군 = 미래창조과학부는 벚꽃 대선 가시화로 조직 개편을 걱정하고 있다. 과천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미래부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우리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 걱정한다. 미래부는 차기 정부조직 개편 1순위로 꼽히면서 일손을 놓으면서 업무는 올스톱됐다. 한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미래부가 올 들어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속내는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그저 숨만 쉬고 있다'는 노골적인 불만인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도 '아몰랑' 증후군을 앓고 있다. 지난 2일 국과장급 31명에 달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조치 이후 업무마비나 마찬가지다. 미르, K스포츠재단을 초고속 승인했던 문체부는 다른 단체의 재단 승인을 기약없이 미루고 있다. A 단체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제출했으나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듣고 있다.
◆ '일각이 여삼추'는 어디 나라 말?…차일피일 미루기 = 올 초 대통령 업무 보고를 준비하던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평소보다 한 달 가량 업무가 지체돼 애를 먹었다. 업무 보고 때 사용할 서류 양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실ㆍ총리실 중 누구도 서류 양식을 정해주지 않는 바람에 일처리가 미뤄진 것이다. 일부 공무원은 "내용은 준비를 끝냈는데 형식을 정하지 않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보고 내용과는 별개로 가로 세로 규격이 정해지지 않는 바람에 허송세월을 했다는 것이다.차일피일 미루기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또 다른 부처는 홍보 컨설턴트를 맡길 용역 업체 선정을 미루다가 얼마 전에야 겨우 계약을 맺었다. 그 바람에 1월 한달간은 뚜렷한 홍보 전략ㆍ마케팅도 세우지 못한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이 부처는 차기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홍보 컨설팅 업체 선정은 예산만 날릴 수도 있다.국방부에서는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대체 복무제도 폐지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병역특례요원 선발을 2023년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연말까지 타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 '일하기 싫어증'과 '해보나마나 병'까지 = 비정상적인 정부 시스템의 폐해는 교육부의 '버티기'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ㆍ특혜 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을 대학으로 돌리며 발뺌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차관이 마지 못해 "정책결정 과정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그 뿐이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강행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실이 커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이 유명무실한 것도 문제다. K-뷰티는 중국의 사드보복과 한국의 무대책에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속만 태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관세장벽이 무척 높아져 중국진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 중국측과 접촉해 절차상의 문제나 해결방안을 좀 알아봐 줘야 하는데 꼼짝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편집국 기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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