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데 소득은 엉거주춤…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지난달 물가가 2% 급등한 것은 예고된 결과다. 하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 하위계층의 실질소득이 늘지 않고 고용시장은 얼어붙어 물가상승의 체감고통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게 마련이다. 앞으로도 물가는 지속적으로 1%대 후반에서 2%대를 오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에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바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자물가가 최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탔다.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은 유가가 더 오른다는데 베팅하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4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50달러대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유가를 배럴당 55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시티은행은 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은 소득증가세가 정체되고 있는 가계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전망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가계의 경우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5.9%, 2분위 가구의 소득은 0.9% 감소했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4년 2.1%, 2015년 0.9%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감소 추세다. 지난해 1분기 0.2%가 감소했고 2분기는 0%, 3분기에는 0.1% 줄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였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에 달한다. 물가안정목표인 2%를 달성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2∼3차례 금리인상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한 한국은행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민층의 이자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1300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액만 2조원이 넘는다.

한 시민이 세일 행사에 한창인 상점을 지나치고 있다.(아시아경제 DB)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의 경제적 안정성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로 1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 비경제활동 청년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이 34.2%에 달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올해인만큼 이들에게 취업은 더욱 더 '좁은 문'이 될 수 있다. 고용정보원은 올해 상반기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2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ㆍ섬유ㆍ디스플레이 부문도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기계업종은 일자리가 늘어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마음놓고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이는 젊은층의 지갑을 닫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절벽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연말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안 입고 안 먹고 안 쓰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하듯 의복 판매가 5.1%, 차량연료 판매가 2.8% 감소했다. 외식보다는 직접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음식료품 판매만 5% 늘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7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향후 소비전망은 불투명하다.소득정체와 고용불안에 이어 물가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인다면 향후 서민들 삶의 질은 급격히 악화될 수 밖에 없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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