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격 덜해, 시장지배력 자신감…중국 반도체 투자 견제도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은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자유무역주의 정책 노선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요 산업별로 트럼프 리스크 대응을 위한 준비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 역시 산업별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남다른 반도체 사업의 경우 트럼프 시대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D램 분야는 물론이고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낸드플래시까지 반도체 각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부품 산업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칠 타격이 덜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자동차 빅3 수장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2016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보호무역주의 관련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SK하이닉스가 판매하는 제품이 부품인 만큼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영향은 비교적 적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훈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서버용, PC용은 물론이고 사물인터넷(IoT)과 자동차 전장부품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효과’로 쏠쏠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9조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절반이 넘는 4조9500억원이 반도체 부문에서 얻은 영업이익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3577억원, 영업이익 1조5361억원의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은 역대 분기별 매출 최대기록을 경신한 결과다. 트럼프 정부가 경기 부양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와 같은 부품 산업의 기회 요인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투자 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은 이미 시장지배력을 지닌 한국업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부정적 측면만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외무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주 표적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중국 대미 무역흑자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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