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수의사 한통속…심장사상충약 30% 비싸게 팔았다

▲국내 심장사상충 예방제 판매시장 점유율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동물약국에 개·고양이 심장사상충약 공급을 거부한 1·2위 제약사와 수의사들이 경쟁당국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한통속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더 비싸게 약을 팔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물약국에 개·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한국조에티스, 벨벳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메리알코리아가 같은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데 이어, 심장사상충 예방제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업체가 모두 제재를 받은 것이다. 심장사상충이란 개나 고양이의 심장과 폐동맥에 서식하는 작은 실처럼 생긴 기생충으로, 반려동물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 2013년 대한약사회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약국으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절했다. 또 공급을 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고객으로 위장해 유출 물량까지 감시·적발하기까지 했다. 제약사들이 약 공급을 엄격히 차단한 것은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싸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동물약국 공급을 봉쇄함으로써 동물병원들이 경쟁압력에서 벗어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에티스와 벨벳의 심장사상충 예방제인 레볼루션·애드보킷의 동물병원 도매가는 개당 5600~6600원 수준이었으나, 소비자 판매가는 약 3배인 1만4000원에 달했다. 반면 동물약국 유출물량 판매가는 병원의 70% 수준인 1만~1만1000원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셈이다. 상위 3사는 동물병원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85%의 지지율을 차지하며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 과정에는 수의사들도 개입됐다. 수의사들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DVM)의 회원들이 주요 제약사와 판매업체를 상대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동물약국으로 공급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DVM의 수의사들에게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수의사 카페 측은 공동구매를 빌미로 상위 3사의 동물약국 공급을 막았으며, 동물병원 밖으로의 유출을 막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명령을 통해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동물약국에도 공급되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애로사항이 해소되는 한편, 병원과 약국간의 경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의 가격도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