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 불안한 출범…'역사와의 대화 시작했다'(종합)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칼레의 시민들’을 아십니까?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잉글랜드 군대에게 포위당한 프랑스의 칼레시를 구하기 위해 6명의 시민 대표가 스스로 목에 밧줄을 감고 성문 앞으로 나섰습니다. 칼레시의 지도층이던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정병국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장)

개혁보수신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권주의 혁파를 선언한 개혁보수신당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내건 신당의 발기인대회에는 1185명의 발기인 중 722명이 참석해 보수진영 재편에 힘을 보탰다.이날 창당추진위원장으로 공식 추대된 정병국 의원은 '칼레의 시민'으로 화두를 열었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시민의 생명을 지켰다는 옛이야기로 향후 신당의 행보를 압축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조각가 로댕이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이날 대회에서 신당은 중도보수정당으로서 정당 민주주의 실현을 통한 국민주권 회복과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선언했다. 대회는 인재영입팀장인 김성태 의원의 발기인 소개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무대에 올라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소시민들을 우리가 지향하고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발기인에는 기업인, 군인, 주부, 환경운동가, 대학생, 장애인 등 소시민과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했다. 인터폴 부총재인 김종량씨, 장애인 방송인 박마루씨, '최순실게이트' 시국선언 대학생인 배상민 동서대 총학생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만화 '뽀로로' 제작자인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와 아프리카지역 국립병원장을 지낸 최창수 박사, 이지스함 도입 주역인 배형수 전 해군 제독 등이 포함됐다.당내 유일한 충청권 의원인 홍문표 의원은 경과보고에서 "발기인 대표로 오신 분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1000만 촛불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회의 탄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인 친박(친박근혜) 실세들이 오늘의 분당(分黨)을 불러왔음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30명의 (신당) 의원들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이에 강길부 임시의장은 "한국 보수정당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화답했고, 황영철 의원이 임시 당명인 개혁보수신당의 한시 채택안을 상정했다. 이날 대회장에선 날선 현실 정치 비판이 이어졌다. 정병국 의원은 "기쁨과 설렘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전쟁의 폐허 속에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대한민국이 부패한 권력, 사당화된 정당, 짓밟힌 헌법, 비선에게 유린당한 국정 앞에서 경제는 내팽개쳐지고 안보는 흔들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낡은 후진 질서를 타파하고 국민과 함께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 나아가겠다"면서 "(신당은) 인물중심이 아닌 정책중심, 지역기반이 아닌 가치기반의 정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공정국가이자 정의사회를 만들어가겠다. 오늘 우리는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다짐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등 의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도 입을 모아 성공을 기원했다. 유승민 의원은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온다"며 "헌법과 공동체, 국가안보를 잘 지키는 정당을 만들어보고 싶다. 기본만 잘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진보와 보수의 양날개가 서로 경쟁하면서 이끌어 갈 때, 같은 값이면 보수가 튼튼히 뒷받침할 때 부국강병과 국리민복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춥고 바람이 불지만, 과감히 무너지는 담벼락을 떠나서 모든 국민이 부국강병과 국리민복으로 나아갈수 있는 새로운 운동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스스로 국방을 지키는 안보의 중심에 우리 신당이 우뚝서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가 정권을 달라고 안해도 국민이 우리에게 정권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당은 현행 만 19세 이상인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기로 한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이를 백지화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전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향후 토론을 거쳐 정리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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