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연구실, 실험실에서 있던 기술을 누가 먼저 현실 세계로 이끌어내는가.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되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죠."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7'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 환상'(테크닉 판타지)의 여정을 시작했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을 단순히 시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화ㆍ상용화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술 혁신'을 넘어 '기술 환상'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맹활약이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연구소에서 발전시켜온 인공지능(AI) 기술을 CES 2017에서 제품화해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똑똑한 냉장고 '패밀리허브 2.0'을 공개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지않고도 목소리만으로 온라인쇼핑, 음악재생, 최신뉴스와 날씨 등을 음성으로 응답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음성으로 제어하듯, 냉장고에도 이 기술을 넣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에 대해 각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제품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비브랩스를 인수한 만큼, 이번 CES에서 패밀리허브가 인기를 끌 경우 다양한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당시 삼성전자는 "비브랩스의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세탁기와 냉장고 등 자사 가전제품과도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도 아마존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알렉사'와 협업해 음성 인식 가전제품을 공개한다. LG전자는 자사의 사물인터넷 서비스인 '스마트씽큐'에 알렉사를 접목해 냉장고ㆍ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을 음성으로 통제하는 기능을 넣는다. 또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술을 활용해 가전제품이 사용자의 패턴을 스스로 배워 작동하도록 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가전과 연계해 집사 역할을 하는 가정용 허브 로봇, 정원을 손질하는 로봇, 공항ㆍ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고객을 돕는 로봇 등이다. LG전자측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 주행하고, 주어진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내에 스마트솔루션 BD(사업부문)를 신설하고 스마트홈과 연동하는 로봇 개발을 준비해 왔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인력 일부를 이동시키는 등 인력도 충원했다. 로봇에 탑재되는 AI 플랫폼은 딥러닝 기반으로 LG전자에서 직접 개발했다. 음성인식 등 일부 기술은 아마존 등 다른 업체와 협력한다. LG전자는 "로봇 사업을 가정용 생활로봇에서 시작해 공공 서비스용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 환상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충분히 좋은 기술이지만 너무 일찍 나오거나 너무 늦게 제품화돼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3D TV가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열풍이 사라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소비자들의 환상을 채워줄 수 있는 기술이어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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