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대기업이 지난해에 누렸던 법인세 세제혜택이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대기업이 많은 사내 유보금을 쌓았으면서 투자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세금까지도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대기업에 혜택을 줄여 법인세를 더 걷어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인세 세제혜택 가운데 대기업이 가장 많이 받은 공제는 해외투자 증가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해외투자와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만큼 법인세를 감면받는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해외 매출이 늘어날수록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세수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2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5년 귀속 법인세의 전체 세액공제는 8조2624억원으로 전년도(7조3764억원)보다 12.0% 증가했다.이 가운데 대기업은 6조9669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1조2955억원으로 전년도(1조296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체 법인세 세액공제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84.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대기업 법인세 세액공제 규모는 2007년 4조1110억원을 기록한 이후 약 9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중소기업의 세액공제 규모는 2007년 8746억원에서 1조2955억원으로 48.1%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3조2364억원에서 6조9669억원으로 무려 115.2%나 급증했다.전체 법인세 세액공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대기업 비중이 80%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2011년 80.4%, 2012년 81.3%, 2013년 83.5%까지 상승해 왔다. 2014년 82.4%로 낮아지며 한풀 꺾였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졌다.아울러 지난해 대기업이 받은 법인세 세액공제 6조9669억원 가운데 외국납부세액공제가 3조8836억원으로 절반이 넘었다. 전년도에 2조7103억원에 불과했던 외국납부세액공제 규모는 1년 만에 43.2%(1조1733억원) 증가했다.외국납부세액공제는 기업의 외국 지점에서 발생한 해외 소득에 대해 외국에서 과세된 법인세만큼 공제해 주는 제도로 최근 대기업의 해외투자 확산 추세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지표다.반면 대기업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전년도 1조7926억원에서 1조7692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으며,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는 7938억원에서 3835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대기업에 대한 기본공제 폐지 영향이다.특히 고용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표적인 세제혜택인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는 대기업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정부는 2011년 세액공제 항목 중 대기업 편중 논란을 초래했던 임시투자 세액공제 항목을 폐지하고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항목으로 전환했지만, 대기업 비중은 떨어지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지원된 전체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평균 89.35%에 달했다. 그러나 2015년도에는 80.3%로 줄었다.결국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였지만, 해외투자가 늘어나며 세 감면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면서 “해외투자 세액공제를 받더라도 우리나라와 미국 같은 경우 전액을 공제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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