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중국 정부가 삼성SDI와 LG화학이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쓰는 차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업계는 그저 침묵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하기 힘든 중국 정부의 조치이지만, 성급히 업계 반응을 내놓았을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이하 공신부)는 지난달 29일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보조금을 받기로 한 498개 모델 중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 5개 차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공신부는 이날 오후 갑자기 5개 차종을 빼고 다시 493개 모델을 발표했다. 빠진 차종은 삼성SDI 배터리를 쓰는 산시자동차의 전기트럭과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둥펑자동차의 전기트럭과 상하이GM의 캐딜락 하이브리드 승용차, 상하이자동차의 룽웨 하이브리드 자동차 2개 모델이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특별히 항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인 이슈와 연관이 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되기도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 거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업계에서 반발하거나 할 경우 자칫 다른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목록을 밝힌 것은 차량에 대한 것이고, 배터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완성차에 대한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부품업체인 배터리 업계가 나서기가 애매하다는 것. 앞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전기차 배터리 규범 인증 대상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인증도 받지 못했다. 모범인증 규제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번엔 한국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대규모 투자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기에 놓였다"며 "중국 생산 물량을 다른 해외로 수출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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