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생산성 5년새 절반 '뚝'…'성과제 도입 올인'

[은행권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편 시작됐다②]책임자급 인력 비대…은행, '호봉제' 비용 감당 어려워

주요 시중은행 본점(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신한 KB국민 등 시중은행들이 1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일제히 의결했다. 당장 금융 노조는 반발했다.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이처럼 성과연봉제 도입에 필사적인 이유는 이는 곧 은행업의 존폐(存廢)를 가를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책임자급 인력이 비대해져 이른바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갖춘 시중은행이 기존의 호봉제(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제도)를 고수할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을 보면 5년 전에 비해 모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은행의 수익을 직원 수 만큼 나눈 것으로, 해당 기간 동안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평균 수익'을 나타낸다. 개별은행의 생산성을 볼 수 있는 지표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1년(이하 3분기 기준) 2억5700만원이었던 지표가 올해 3분기 1억5600만원으로 떨어졌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2억5200만원에서 1억2100만원으로 하락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통합 이전인 2011년 각각 2억원(구 하나), 3억9100만원(구 외환)이었던 생산성 지표가 올해 3분기 1억3700만원으로 줄었다.생산성 지표가 가장 부진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2011년 2억2000만원이었던 생산성 지표가 5년 뒤인 지난 3분기 1억원을 기록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난 3년 내내 1억원을 밑돌았고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지난해엔 8000만원에 그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점은 물론 직원 수가 가장 많아 이른바 '리테일 강자'로 통했던 KB국민은행이, 저수익 국면에 디지털 환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맞으면서 기존의 강점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이 하락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한 셈이다. 국민은행이 10년차 이상 희망퇴직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중의 하나라고 분석할 수 있다.인력 구조를 보더라도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KB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항아리형' 인력 적체가 가장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일반직원(총 임직원 중 임원ㆍ서무ㆍ별정직원 등 제외) 수는 총 1만9524명이며 이 중 책임자급(4급 이상)이 1만1189명(약 57%)에 달했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54%)을 웃도는 수치로, 일반 행원(5급 이하)에 비해 '중간 관리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다. 절대 임직원 규모로도 시중은행 중 가장 덩치가 크다. KB국민은행은 현재 10년차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희망퇴직을 앞두고 있다.반면 KEB하나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책임자급 직원보다 일반 행원이 많은 '젊은 조직'으로 분석됐다. KEB하나은행은 일반직원 1만4767명 중 책임자급은 6564명, 행원은 8203명이다. 특히 책임자급 비중이 44%에 불과해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50% 이하를 기록했다. 일반 직원이 가장 많고 이어 중간 관리자, 임원으로 이르는 '정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54%, 우리은행은 53%으로 각각 집계됐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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