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본 두 달 강행군 마무리, 직무정지 박근혜 피의사실 8개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바통을 넘겨 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12일 “수사할 사안이 방대한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 이번 주 내로 수사기록 검토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특검팀은 윤석열 수석(대전고검 검사) 등 파견검사 20명 명단을 확정하고, 특별수사관·파견공무원 인선 등 수사팀 구성에 주력하며 초동 수사라고 할 수 있는 검찰 수사기록 검토에 집중해 왔다.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부장 등 2차 파견검사 10명도 이날 박 특검과 면담 후 곧장 기록 검토에 투입됐다. 특검팀은 기록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영역 분담을 확정짓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게 된다. 박 특검 및 4명의 특검보와 호흡을 맞춰 수사팀의 기둥 역할을 할 파견검사 진용을 감안할 때 3팀 체제가 유력하다. 파견검사는 윤 수석 외 부장급 3명, 부부장급 3명, 평검사 13명으로 구성됐다. 특검법상 20일의 준비기간이 부여됐지만 박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만큼 90일 안팎 촉박한 수사기간을 감안하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수사 행보를 가시화할 방침이다. 각각 40명의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 인선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날부터 점진적으로 수사본부가 설치될 서울 대치빌딩으로 집결할 계획이다. 주목받는 특검의 첫 수사 대상은 아직 유동적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6일 특검팀에 1톤 이상 분량의 수사기록 사본을 인계했다. 특수본은 전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기소하며 그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주모자급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의 범죄 혐의점 등에 대한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특검에 마저 인계했다. 10월 27일 김수남 검찰총장 지시로 구성된 특수본은 검사 44명 등 185명 규모 매머드급 수사진이 매달려 인적·물적 증거를 수집했다. 조사 대상자만 412명, 15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계좌추적 73명, 통화내역 분석 214명을 토대로 촘촘한 그물을 짰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구성된 10월 4일부터 길게는 두 달여 진행된 수사는 이제 박영수 특검과 4명의 특검보, 파견검사 20명 등 최대 105명 진용의 특검팀이 이어가게 된다. 핵심 피의자는 박 대통령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문건유출, 대기업 인사개입,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범죄사실에 박 대통령이 공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강요미수 등 4가지다. 범죄사실로 보면 비선실세 측과 짜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움직여 국내 대기업들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 출연을 강요한 혐의, 현대차그룹에 특혜성 일감 수주를 강요하고, 롯데그룹이 70억원을 추가 출연토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포스코·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에 스포츠단 창단을 강요하고, KT 임원 인사에 개입함은 물론 비선실세 측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각종 국정비밀을 최씨 손에 쥐어준 혐의.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여 CJ그룹 오너일가의 거취를 흔들려 한 혐의 등 8개다. 방대한 진술 내용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발등을 찍은 건 ‘왕수석’ 안 전 수석비서관, ‘문고리’ 정 전 비서관 등 최측근의 꼼꼼함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업무수행 결과는 곧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거든 꼴이 됐다. 두 사람은 대통령의 지시, 내지는 최씨의 전달사항 대부분을 메모나 녹음으로 남겼다. 검찰이 박 대통령 측의 대면조사가 불발됐음에도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강수를 둘 수 있었던 견고한 물증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과 취임사 준비부터 최씨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고, 정권 출범 초기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한 정황이 불거졌다. 2013년 2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주고받은 전화통화는 895회, 문자메시지는 1197건에 이른다. 문고리권력과 매일 한 두 차례 연락을 주고받다시피해 최씨가 사실상 ‘수렴청정’에 가까운 행적을 보인 것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확인한 유출문건 역시 180건 가운데 138건(77%)가 취임 첫 해인 2013년에 집중됐다. 최씨가 2013년 청와대를 무단출입한 내역은 확인된 것만 10차례, 그는 최근까지도 빈번하게 청와대를 드나든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초대 내각 구성 인선안부터 각종 외교·안보상 기밀, 국가정책추진계획까지 빼돌려 봤고, 정 전 비서관은 꼬박꼬박 ‘보냈습니다’라며 이를 고지했다. 통신내역 추적을 토대로 추정 가능한 유출문건 규모는 2012년 11월~2014년 12월 사이에만 최소 237건에 이른다. 최씨가 ‘내 것이 아니다’며 소유·사용을 부정한 태블릿PC에도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받은 흔적이 담겼다. 안 전 수석 역시 2015년 1월부터 그가 청와대를 떠나기까지 하루 한 페이지 남짓 꼬박꼬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기재한 업무수첩 17권(총 510페이지 분량)을 남겼다.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논의된 사항부터 박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까지 날짜별로 세세하게 기록됐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재내용이 모두 본인 자필이며 사실과 같다고 인정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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