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AD 방패 강화는 中, 이를 뚫으려는 美의 멀티도메인 전략 격돌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중국은 미국의 본토 접근을 저지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따라 새로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방패를 더욱 튼실히 하고 있다. 미국이라고 놀고 있지는 않다. 무기 탑재량이 적은 반면 스텔스 침투 능력이 있는 F-35를 최전방 정보 수집 센서로 활용하고 수집된 정보를 후방의 항공기와 함정에 초고속으로 전달해 각종 무기로 공격하는 전략을 더욱더 정교화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중국의 장거리 펀치력이냐, 미국의 더 예리해진 창이냐, 그것의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최신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하얀색)을 탑재하고 이륙하는 J-16 전투기
◆중국 최신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미국 매체 파퓰러 사이언스에 따르면, 중국의 J-16 전투기는 지난 16일 대형 초음속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원거리에 있는 드론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파퓰러 사이언스는 J-16 이륙 사진을 분석해 미사일 크기가 전투기(22m)의 약 28%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이 잡지는 미사일 크기가 길이 약 19피트(약 5.8m) , 지름 약 13인치(약 33cm)로 추정했다. 꼬리날개(테일핀)은 4개일 것으로 추정했다.이 정도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를 초과하고 최대사거리가 400~500㎞에 이르는 초장거리 공대공미사일(VLRAAM)의 범주에 든다는 보도가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러시아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빔펠 R-37 공대공 미사일을 잣대로 그 성능을 추정해볼 수도 있다. 이 미사일은 길이 4.20m, 지름 38cm, 무게 600㎏으로 최대 사거리가 400㎞, 최고 속도가 마하 6으로 대단히 빠르다. 최신 미사일이 이 정도 사거리를 갖고 있다면 이 미사일은 미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보유한 어떤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다. 더욱이 강력한 부스터 덕분에 최고 속도가 마하 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마하 6의 속도라면 전투기가 미사일보다 빨리 달아날 수 없는 회피불능구역(NEZ)의 범위를 더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최근 발사실험을 한 대형 초장거리 공대공미사일
이 미사일의 강점은 장거리뿐이 아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전자광학 시커, 비행중궤도수정 장치등을 갖추고 있다. 종말 비행단계에 표적을 조준하기 위해 쓰이는 레이더인 AESA레이더는 기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AESA 레이더보다 약 3~4배 큰 데다 디지털 순응성이 뛰어나 원거리, 스텔스 표적 타격에 효과적일 뿐더러 재밍 등 전자전에도 대항력이 있다고 파퓰러 사이언스는 평가했다.적외선 전자-광학 시커는 공중급유기와 공중조기경보기와 같은 고가치 표적을 식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가공할 성능은 또 있다. 통상 30㎞의 고고도에서 발사되는 만큼 공기 저항이 적어 사거리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30㎞까지 날아가 조기경보기와 위성항법 시스템의 유도를 받고 초음속으로 급강하면서 적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 조기경보기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중국은 이 미사일에 데이터링크 능력을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했다고 한다.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전투기 J-20 폭탄창은 크기 작아 이 미사일을 탑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수가 있다. J-20이 몰래 표적 가까이 날아가 획득한 표적정보를 400㎞ 밖에 대기 중인 전투기에 알려서 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를 4세대 전투기의 센서로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미중간 기술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강습상륙함을 이륙하는 미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
◆ F-35를 최전방 '센서'로 활용하는 시대 개막=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4세대 전투기, 이지스함의 미사일 발사를 위한 전방 센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이제 연구하는 단계라면 미국은 실전에 활용하는 수준까지 정교화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하는 전략에서도 중국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셈이다.이미 미 해병은 지난 9월 중요한 실험에 성공했다. 뉴멕시코주 미사일 시험장인 화이트 샌즈에서 이뤄진 실험에서 해병대 소속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표적(드론)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데이터링크로 이지스 전투체계에 전달하고, 이지스 전투체계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드론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설험은 미 해군과 해병대가 미래 전장에서 F-35B를 전방 감시센서로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입증 실험의 하나였다. 표적 획득과 미사일 발사까지는 거의 자동으로 이뤄졌다는 게 시험 참가자들의 전언이다.이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표적을 파괴하기 위해 굳이 무거운 폭탄이나 덩치가 큰 미사일을 탑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F-35B가 더 무시무시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수십 발의 SM-6미사일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SM-6 미사일은 능동 시커가 달려 있어 발사된 이후 표적을 찾아 날아가기 때문에 함정 레이더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수직발사관에서 발사되는 2단 미사일인 SM-6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강력한 로켓모터를 단 덕분에 속도가 마하 3.5에 이른다. 문제는 길이 6.55m, 동체 지름 34cm, 부스터 지름 54c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1.67m, 무게는 1.5t의 대형이어서 F-35B가 탑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최대사거리 370km, 상승고도 한도 33km나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F-35를 전방센서로 활용하는 전투방식 개념도
2013년 처음 등장한 SM-6 미사일은 불과 몇 년 만에 고고도로 비행하는 드론, 저고도로 나는 헬기는 물론,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항공기, 육상과 해상을 비행 중인 순항미사일도 파괴할 수 있는 '팔방미인' 미사일로 변신했다. F-35B를 전방 센서로 활용하면 초수평선 공격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성능이 탁월하지만 무거워 탑재가 어려운 미사일을 F-35B가 활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초고속통신으로 함정과 항공기, 미사일을 연결한 미해군통합화력관제대공방어((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or NIFC-CA.니프카)라는 전투네트워크 체계 덕분이다. 미 해군은 내년 1월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수직이착륙기인 F-35B와 이를 16대 탑재할 수 있는 와스프급 대형 상륙강습함을 배치할 예정으로 있다. 1989년 취역한 와스프급 상륙강습함 초도함인 와스프함은 미국 제31 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원 2200여명을 실어 나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길이 257m, 너비 32m로 배수량은 4만1000t이다. 와스프함은 F-35B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갑판 등을 개량했다. 미 해군은 와스프함 외에도 웰독이 없는 차세대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에도 F-35B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미 이달 초 12대의 F-35B를 탑재한 후 이착함, 오스프리 등 다른 해병대 항공기와 통합 운영하는 시험을 실시했다.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두 동맹국이 이지스 전투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F-35를 수십 대 규모로 도입하는 것도 중국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미군의 구상대로라면 미해군과 해병대는 내년부터 스텔스 전투능력을 갖춘 16대의 조기경보기를 동북아에 새로 배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신형 지대공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대함 미사일로 짜여진 중국의 A2AD 방어망을 스텔스 전투기로 뚫어 장거리 미사일로 파괴하려는 미군의 새로운 전략이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승자는?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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