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이미 '퇴진'...세대·이념·남녀 불문 백수십만 전국서 촛불...19일, 26일 등 매주 토요일 마다 촛불 시위 예정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장에서 행사를 마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12일 밤 100만개의 촛불이 서울 한복판에서 민심의 바다가 돼 도도히 흘렀다. 전국적으로 백수십만의 국민들이 이날 저녁 세대ㆍ이념ㆍ남녀ㆍ종교 불문하고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지만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통합' 공약은 확실히 지켰다"는 뼈있는 풍자가 나온다.이날 촛불집회에서 만난 민심은 이미 '박 대통령 퇴진 내지 하야'로 굳어져 있었다. 행진과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청와대는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극심했던 세대간 갈등도 촛불앞에서 하나로 녹아내린지 오래다.10대부터 20대, 30~40대 중년, 50대 이상 노인들까지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70세 장해진씨는 3주째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 못한 대통령 책임이다. 임기가 남았지만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을 5일 앞둔 고3을 포함한 청소년들도 이날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청소년단체들이 연 시국대회엔 전국에서 4000여명이 교복을 입고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박근혜 하야하라', '청소년이 주인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고3 학생은 "박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그래서 하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남에서 온 고3 학생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무너져버린 민주주의와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초등학생 한 명이 "이런 이야기 하려고 초등학교에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든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패러디 한 뒤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외쳐 박수를 받는 일도 있었다.성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24세 박은영씨는 "대통령 퇴진 앞에 세대는 없다. 집회에 참가한 친구들과 촛불을 모아서 사진을 찍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들도 함께 촛불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386세대ㆍ90년대 학번 세대들에겐 이날은 '동문 모임' 하는 날이 됐다. 43세 김모씨는"졸업한 이후 만나기 힘들어진 대학 동기들과 약속을 잡고 종로3가에서 만나 광화문까지 걸어서 집회에 참여했다"며 "걸어가면서 학교 선후배들과 수도 없이 마주치면서 '너도 왔냐'며 눈인사를 했다"고 말했다.이처럼 국민들이 온갖 차이ㆍ장벽을 뛰어넘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의 바다를 이룬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ㆍ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보수적인 시민들도 이번 건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과 관련한 문제여서 폭발력이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최근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민주주의ㆍ인권ㆍ상식ㆍ정의가 붕괴되면서 누적돼 왔던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옆 사람과 비교하는 데서 오는 박탈감과 계급론,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무력감이 분노를 넘어 절망의 단계까지 간 것"이라며 "정치적 이슈를 떠나 이대로 우리나라 가면 정말 망하겠다는 절박감과 나라를 향한 충성심이 100만명이라는 숫자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촛불집회는 오는 19일과 26일 등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계속 진행된다. 1500여개 시민ㆍ사회단체가 소속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매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9일엔 각 지역별 집회 위주로, 26일엔 또 다시 서울 집중 투쟁이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의 진퇴 여부에 따라 또 다시 100만개의 촛불 바다가 타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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