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뚫린 청와대…'대통령이 나서야 사태 풀린다'

한겨레, 청와대 관계자 인용 보도...안봉근 제2부속실장 통해 권력기관 인사에도 개입 의혹 제기...'박 대통령 적극 나서 수사 등 진상 밝혀야'

청와대 정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기-승-전-대통령".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의혹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수사 또는 조사에 임해 진상을 밝히는 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비선실세의 몸통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지만 최씨의 국정농단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1일에는 최씨가 청와대 관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의 비호 내지 묵인이 없고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어서 사태는 더욱 커지고 있다.이날 한겨레신문은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 소유의 관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이 추천한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앉아 '샐 수도 없이 자주' 청와대를 오갔다. 장관들도 국무회의때나 신분증 확인을 받고 출입하는 정문(11문)으로 드나들면서 신원 확인은 커녕 검문ㆍ검색도 전혀 받지 않았다.이를 모르고 2014년 초 무단 출입을 저지했던 청와대 경호 책임자들은 노발대발한 최씨의 항의로 좌천됐다.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실장이 최씨의 심부름으로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등의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고, 최씨의 청와대 출입도 안 제2부속실장의 비호 아래에 이뤄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취임 전후 잠깐 동안 연설문ㆍ홍보 문안에 대해 조언만 받았다"는 그동안의 청와대 해명이 완전히 무력화된다. 안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박 대통령 본인'인 만큼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직접 대기업들을 불러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이미 시인했다. 지난달 24일 JTBC에서 보도한 태블릿피시 속 국정 주요 문건과 관련해서도 "취임 초기까지 연설ㆍ홍보 문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며 일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씨와 측근들이 단순 조언자가 아니라 청와대 주요 인사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농단했으며, 심지어 개성 공단 폐쇄, 한일 정상 회담 등 남북ㆍ외교관계까지 박 대통령을 '코치'했다는 등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여ㆍ야는 물론 시민사회단체ㆍ전문가들도 국정 공백ㆍ국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국민 고백이나 수사ㆍ조사에 성실히 임해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사태 수습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국권을 파괴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모든 사실을 해명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대통령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정치권 밖의 목소리는 이보다 강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최씨가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겠냐. 대통령이 공무집행 방해 및 청와대 경호 관련 법률을 모조리 위반한 것"이라며 "사교에 빠져 엉뚱한 짓을 한 대통령을 국민이 따르지 않고 있다. 사퇴하고 독립적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수사를 못할 이유가 없다. 강제 수사는 안 되더라도 임의 수사는 법률 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버티고 있으면 자신의 안위는 보장되지만 나라는 엉망이 된다. 대통령이 결단해서 수사를 받고 진상 규명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 측근 비리 수준이 아니고 나라의 근간인 법치를 송두리채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