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전통상권 '동대문' 내수위축에 中 관광객 감소 '울상'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D1층에 마련된 화장품 매장 모습. 일부 손님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지만, 매장 직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이후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더 눈에 띄게 없네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영향이 분명히 있긴 한가봐요. 그래도 여기는 저층이라 오가는 사람이 있는 편인데 윗층에 올라가보세요. 아예 손님이 없을 거예요."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서 만난 상인 김영지씨(여ㆍ42)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 2년간 두타몰이 삶의 터전이던 김씨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두 층이나 내려왔다. 하지만 이날 매장 앞은 오가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우리나라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 상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동대문은 청계천과 동대문운동장역, 동대문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권이다. 동대문 상권은 그동안 패션 도매상가와 복합쇼핑몰이 밀집하면서 불야성을 이뤘고, 최근 수년간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필수여행지로 떠오르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하지만 최근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내국인들이 발길이 뜸한데다 사드 배치 논란과 중국의 한국관광 축소 정책의 여파로 방한 요우커가 줄면서 동대문 상권도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날 동대문 일대는 두타몰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잇따랐고, 두타몰과 두타면세점 정문에도 단체관광 '깃발' 아래 쇼핑을 마친 요우커들로 북적였다. 특히 두타몰 안내데스크 인근 캐릭터 솜사탕 가게는 곰돌이 모양의 솜사탕을 기다리는 요우커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지난 달 31일 저녁 서울 동대문 두타몰과 두타면세점 앞에서 쇼핑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두타몰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유창했지만, 요우커 무리도 구경만 할 뿐 매장에서 가격흥정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국인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월동준비에 나선 일부 손님에 꼽힐 정도다. 직장인 이선중(남ㆍ28)씨는 "날씨가 추워져 점퍼를 하나 장만했다"면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1만5000원 할인에 행사카드 1만원까지 합쳐 총 2만5000원이나 할인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두타몰은 정부의 '코리아세일페스타' 마지막 날을 맞아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한 의류매장 직원은 "내수가 안좋아 내국인 손님도 없는데다 중국인들은 사드 영향으로 90% 가량 빠진 것 같다"면서 "손님이 없으니 시간이 너무 안간다"고 울상지었다. 두타면세점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D1층 화장품 매장에는 삼삼오오 요우커가 눈에 들어왔지만, 선글라스와 잡화매장이 있는 D6은 직원들만 자리를 지켰다. 매장 직원은 "오픈한지 5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손님이 많지 않다"며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두타면세점은 동대문 패션타운과 연계해 집객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면세점 낙수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근 쇼핑몰 밀리오레 상인은 "동대문은 두타면세점 개점 이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며 "면세점 입점 직후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인근 식당가는 면세점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돼지갈비 전문점 사장 최모씨(68)는 "경기가 안좋아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면세점도 생기고 중국인들이 많이 찾고있다"면서 "면세점이 안정되면 관광객이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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