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정치' 전성시대…새로운 정쟁의 산물

[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정치권에 법적대응 광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고소·고발 정치' 전성시대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정국, 고(故) 백남기 농민, 송민순 회고록 논란 등 여야가 갈등을 빚은 사안마다 고소·고발이 등장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극단으로 치달은 결과물이다. 최근 불거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장은 또다시 고발을 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새누리당 소속 이정현 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이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북한 당국과 협의했다는 것은 참 나쁜 것"이라면서 "답이 정해진 내용을 묻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내통 모의"라고 말에 파문이 일었다. 김 전 지사도 안보특강에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박 사무총장은 '종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민주당은 또한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심각한 것은 이 의원의 왜곡 브리핑이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때 이 의원의 브리핑을 반박하는 취지에서다. 이렇듯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고소와 고발이 남발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새누리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발했다. 박 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소방·치안 당국의 시위 현장 급수 문제와 관련해 허위 증언을 했다면서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을 간첩에 비유한 발언 관련, 국민의당 수도권 지역위원장 8명은 지난 18일 김 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외에도 상호 갈등이 격화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이 나오기도 일쑤다. 여야 공방이 심화되는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안일수록 이 같은 경향성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지루한 정쟁(政爭)을 법의 힘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대화 혹은 타협의 여지조차 사라지게 한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의 고소·고발 정치는 특히 단점을 부각시키기에 부작용이 우려된다. 앞서 진행된 수차례의 고소, 고발은 현안을 파국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때 국회 모습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그 결과 야권의 강한 반발과 함께 또 다른 법적 대응이 따라왔다. 정 의장은 조원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제기 관련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고, 민주당도 새누리당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결의했다. 지난 5월30일 20대 국회는 개원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협치를 다짐했다.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약 5개월 만에 대화와 타협은 실종돼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번 국정감사에서의 여야 갈등은 빙산의 일각이었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법인세·소득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 등을 놓고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추후 법적 공방전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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