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내년 1월 조기 귀국과 여권 대선후보 경선 참여라는 공식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여권 내부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조기 귀국에 대한 '부정론'이 팽배한 탓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 / 연합뉴스
◆與측근 "조기 귀국은 리스크 너무 크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을 둘러싼 여권 내 지지 분위기 고조되는 가운데 정작 반 총장의 측근을 자처하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기 귀국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이를 만류하고 있다"면서 ""조금 더 해외에서 머물다 귀국하는 게 대선가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누리당 내에서 반 총장의 입지는 확고하지 않다. 아울러 외교관료 출신으로 정치에 둔감한 그가 조기에 귀국할 경우, 야당이 아닌 여권 경쟁자들로부터 먼저 십자포화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 한 번도 '정치적 검증'을 받지 않은 만큼 예상 밖의 돌출 이슈가 튀어나올 위험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더 머물면서 국내 정치 상황을 주시하다가 들어오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전달된 "이 악물고 하라, 혼신을 다해 돕겠다"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구두메시지가 과대 해석됐다는 주장이 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메시지를 전달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과장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전 총리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인용해 이를 반박하고 있다. 애초 이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가에선 "반 총장의 뉴욕 '날개짓'에 새누리당이 '폭풍'을 맞았다"는 말이 돌았다. 오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 총장의 지지모임 '반딧불이'의 창립 행사가 축소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표면적으론 주최 측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반 총장이 불편한 반응을 내비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내년 1월 반 총장이 귀국하면, 본격적인 ‘세(勢) 몰이’에 나설 예정이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 아시아경제 DB
◆與 전폭적 지지 분위기도 거품 가능성…'반딧불이' 출범행사 축소= 오는 25일 김 전 총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만찬은 이 같은 이유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 자리를 주선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두 사람의 비공개 독대를 예고한 가운데 회동 이후 전해질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김 전 총리가 안 전 대표에게 호감을 나타낸다면 반 총장을 향한 '충청 대망론'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밑에서 돌고 있는 '반-안 연대론'에 대해선 여권 관계자나 안 전 대표 모두 냉소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충청의 맹주인 김 전 총리가 대권주자들에게 돌아가며 호의를 표시할 경우, 앞으로 반 총장이 충청권의 적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 총장은 예정대로라면 임기를 마친 뒤 내년 1월께 다시 김 전 총리를 방문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 전 총리의 반 총장에 대한 의중에 다시 물음표가 찍힌 가운데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에 빠졌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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