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보증금 달랬더니 만남조차 거부한 본사아웃도어 한파에 문닫는 대리점들…재고 반남하고도 본사 응답 못 받아대리점 밀어내기·판촉비 전가 여전…공정위, 대리점법 12월 시행 예고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전남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랜드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정수(61ㆍ남) 씨는 최근 매장을 접었다.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줄면서 올해부터 적자를 지속한 탓에 월세 내기도 어려웠다. 매장 보증금이라도 받으려고 재고물품과 포스 등을 빠르게 본사에 반납했다. 하지만 본사 측은 "보증금을 주겠다"고 말만 할뿐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김 씨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본사 측 담당자는 만나주지도 않고 있다"면서 "수익이 없어 대출 이자 갚기도 어려워 집이라도 내놔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의류업체 본사들의 가두 대리점주에 대한 횡포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업체는 기업가맹본부와 가맹점 관계가 아니라 제조사와 위탁판매 대리점의 1대1 관계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가맹사업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대리점들이 받지 못하고 있다. 본사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공정위가 갑질문화 근절에 나섰지만 대리점 밀어내기, 판촉물 비용 전가 등의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로열티가 약한 브랜드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시장 급성장과 함께 우후죽순 생겼던 대리점주 역시 줄줄이 손해를 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제품이 본사로부터 외상거래로 제공되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담보 차원에서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낸다. 대리점을 접고 물품을 본사에 납입하면 보증금은 돌려줘야 한다. 본사가 실적이 악화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자 대리점주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자 본사가 온라인몰에만 제품 단가를 낮춰 가두 대리점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A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리점은 올해 들어 매출이 30% 급감했다. 가두 대리점 중심이었던 브랜드가 온라인몰에도 입점하면서 단가를 낮춰 직접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두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10% 이상 차이가 난다. 대리점 관계자는 "이 브랜드의 유통망은 원래 가두 매장 중심인데 온라인몰에서만 단가를 낮춰 판매하면 우리보고 손해를 보라는 거 아닌가"면서 "본사에서 가격 정책을 획일화해야 가두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B남성브랜드는 대리점주를 속이고 사은품 비용을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통 사은품 비용은 본사와 대리점이 50대50으로 책정돼 있다. 예컨대 사은품이 5000원짜리면 본사와 대리점이 각각 2500원씩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대리점주에 사은품 가격을 1만원으로 통보하고 대리점에 5000원을 지불하도록 했다. 연매출 2000억원의 C골프웨어브랜드는 유통망을 대형화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대리점 밀어내기를 일삼았다. 이 브랜드는 백화점 대신 중소형 가두 대리점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성장해왔다. 일정 궤도에 올라갔다고 판단, 매장을 대형매장으로 바꾼다고 기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회사 방침에 따르지 않는 대리점에는 인근에 대형 직영매장을 열고 출혈 경쟁을 부추겨 폐점을 유도했다. 대리점주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브랜드는 유통 대형화 추진을 지속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기업들의 갑질을 뿌리 뽑기위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12월23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대리점의 의사에 반해 신제품ㆍ판매부진 상품, 견본품ㆍ판촉물 등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판매촉진행사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행위 등을 불공정행위로 명시했다. 대리점에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상품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 거래 조건을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 등도 제재 대상으로 규정했다. 박종대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대부분의 의류 대리점도 대리점법을 통해 본사의 부당한 행위에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리점법은 본사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경우만 해당되며 중소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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