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웨이보 등 뉴스에 주가 민감한 반응…상장기업 데이터 정리해 투자방향 파악
(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 주식시장의 상장 기업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들을 철저히 찾아내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뉴스 웹사이트 시나(新浪)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는 1억2500만개가 넘는 중국인들의 계정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유명인사들과 관련된 가십, 맛집 소개글, 신변잡기가 날마다 올라온다. 귀가 솔깃한 특정 기업에 관한 이야기도 게재된다.이런 글들만 찾아 헤매는 소프트웨어는 키워드로 검색에 들어가 찾아낸 글들로부터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현재 중국 증시 규모는 6조4000억달러(약 6980조원)에 이른다. 투자자 대다수는 개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 개미투자자들의 동향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이때 마켓무드, 핀센트S, 와이즈엔터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이 활용된다.이들 프로그램은 인터넷 포럼의 글들을 분석한다. 금융서비스 업계가 시장 데이터 취합ㆍ분석에 연간 쏟아 붓는 12억달러 가운데 일부는 이들 프로그램이 차지한다.
홍콩 주재 하이퉁(海通)국제증권의 량관예(梁冠業) 글로벌 투자전략 담당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흔히들 위챗ㆍ웨이보 같은 소셜미디어의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는 주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투자자는 이들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업이 웨이보에 올린 글도 추적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그 덕에 웨이보와 텐센트(騰迅)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일본의 금융 소셜미디어 그룹인 민카부가 만든 차이쿠(財庫), 이스트머니(東方財富)에서도 주식 거래와 관련된 블로그들이 운영되고 있다.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中國證券登記結算公司)에 따르면 상하이(上海)ㆍ선전 증시와 연계된 투자계좌는 총 1억1100만개다. 중국의 인터넷에서는 연간 800억건의 소셜미디어 글이 올라온다.마켓무드를 개발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소재 신생업체 플루어리버스랩스다. 플루어리버스는 이미 미국에서 이른바 '감정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국 버전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플루어리버스의 프랭크 프레이타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안에 중국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는 "중국 시장이 아시아는 물론 다른 지역 시장의 움직임까지 점차 선도하고 있다"며 "중국인 개미투자자들의 높은 시장 참여율로 볼 때 이들의 움직임을 적시에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시나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가 투자한 웨이보의 지난 6월 이용자는 하루 평균 1억2600만명에 이르렀다. 1년 전보다 36% 증가한 것이다.마켓무드는 자체 개발한 사전을 활용한다. 사전은 학습기능이 있는 컴퓨터가 온라인에 게재된 글에서 강세장ㆍ약세장 같은 낱말이 들어 있는 글들을 검색해 스스로 편집한 것이다. 마켓무드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가치를 의미하는 낱말도 찾아낸다. 블룸버그, 톰슨로이터 같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도 분석 대상이다.싱가포르에 자리잡은 인포트리파이낸셜솔루션스는 핀센트S로 1000개 이상의 블로그와 뉴스 출처를 검색한다. 인포트리는 영문 소셜미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요즘 웨이보ㆍ위챗 블로그의 베이징(北京)어 게시물을 해독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열 올리고 있다. 위챗의 월간 이용자는 8억명이 넘는다.인포트리의 룽즈청(龍志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 시장과 관련해 현지발 뉴스를 분석해보고 싶어하는 글로벌 헤지펀드ㆍ자산운용사들로부터 몇몇 요구가 접수됐다"고 밝혔다.홍콩 소재 와이저스인포메이션(慧科訊業)은 와이즈엔터프라이즈 같은 자사의 분석 프로그램이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관련 뉴스 및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중이라고 소개했다.데이터베이스에는 1979년 이래 수집해놓은 35억건 이상의 아이템이 저장돼 있다. 와이저스의 핵심 기술은 홍콩중원(香港中文)대학에서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92년 처음 개발됐다.와이저스의 허차오(何超) 연구총책은 "자사 프로그램이 베이징어ㆍ광둥(廣東)어ㆍ영어로 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며 "20개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편집진이 자체 사전 편집ㆍ유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호주 시드니에 있는 캐피털마케츠코퍼레이티브리서치센터의 마이클 에이트컨 CEO는 "인터넷에서 특정 기업이나 임원과 관련된 글들을 긁어 모으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면 사람들 발언의 취지부터 요약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런 기술로 앞서 나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그릇된 판단을 내릴 위험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글들 가운데 연간 4억8800만건 정도를 날조한다. 인민이 좋지 않은 뉴스와 민감한 정치논쟁을 접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시나ㆍ텐센트ㆍ바이두(百度) 사이트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몇몇 기관투자가는 비전문가의 주관이 개입된 소셜미디어 글보다 실질적 증거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중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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