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네탓' 입씨름한 두 경제수장…'생산적 논쟁 필요'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의 경제정책 수장들이 소모적인 '남의 탓' 공방을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재정정책을 이끄는 경제부총리는 금리인하에 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모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이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논쟁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지난 8일(현지시간)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해묵은 정책 논쟁을 재연했다. 발단은 이 총재의 입이었다. 이 총재는 현지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여력은 있지만 지금까지 가계 부채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이어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재정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정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보다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유 부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확장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면서 "거꾸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 논리로 따지면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한은의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두 경제수장의 뻔한 핑퐁게임이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재정확대와 금리인하의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남의 탓만 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간 지속적으로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카드를 병행했음에도 성장률 저하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2013년과 지난해, 올해에 걸쳐 추경을 편성했고, 2014년 하반기에도 40조원 규모의 거시경제 패키지를 운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9%에 불과했고, 올해도 3%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한은이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16년 금리인하 효과 추정'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1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에서 1.25%까지 낮추면서 성장률이 연간 0.04~0.71%포인트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급속한 통화팽창을 통해 성장률을 0.71%포인트 견인한 뒤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2년(성장률 상승효과 0.04%포인트), 2013년(0.12%포인트), 2014년(0.01%포인트)에는 물론 지난 6월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성장률을 고작 0.02%포인트 상승시키는 데 그쳤다.과거 경제이론에 따른 재정·통화정책의 약발이 현재 한국 경제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저성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이나 금리인하가 없었으면 현재의 2%대 성장률도 어려웠겠지만, 앞으로는 기존 정책만으로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은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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