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전통시장 상인들, 일본에서 '상권 활성화 노하우' 배우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경기도 부천의 전통시장 상인 리더들이 일본 전통시장을 찾아 상권 활성화 노하우를 배우고 왔다.부천시 전통시장상인연합회 임원과 시 공무원, 시의원, 산업진흥재단의 민간전문가 등 23명은 지난 20~23일 일본 오사카, 교토, 고베지역의 전통시장을 방문했다.이들은 고베의 모토마치시장, 오사카 구로몬시장, 교토 니시키시장 등 관서지방 대표 전통시장 8곳을 둘러보고, 이들 시장과 골목상권이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상권 활성화에 성공했는지를 배웠다. 첫 방문지는 고베의 모토마치 상점가였다. 이곳은 약 1.2km에 3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일정 수준 이하의 상점은 입주시키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모토마치상점가 상인연합회 하스이케 회장은 "건물주와 계약을 하고 나면 어떤 상점이 들어올 것인가에 대해 연합회와 논의한다. 실제로 파친코와 여성 관련 풍속산업이 들어오는 것을 고베시와 협력해 막기도 했다" 말했다.법이나 조례, 상인회 등의 자체 규정으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연수단에게 하스이케 회장은 "142년의 전통이 막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건물주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가질 정도로 건물주 결합력이 좋다. 상점가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업종이 들어오면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막는다"고 설명했다.모토마치상점가 상인들은 '이윤이 아닌 고베 시민을 위한 상점가'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안전한 고베의 안전한 상점가를 만들겠다는 각오는 300여명의 입점자 중에 절반에 가까운 130여명이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획득할 정도다. 1995년 7월, 4만명이 숨진 고베 대 지진 당시 점포를 최대한 빨리 열어 부족한 물자 공급에 나섰고, 걸어서 출퇴근하는 시민을 위해 조명 설비를 심야까지 가동해 시민의 퇴근길을 비췄다.모토마치상점가 상인연합회의 고객을 유인하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춘절축제부터 봄과 가을의 무료찻집,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예술가 전시회, 한여름의 야시장, 음악주간 행사 등 부천시 전체 전통시장에서 벌이는 마케팅 보다 풍성하다.부천시 전통시장상인연합회 박기순 회장(부천제일시장)은 "모토마치는 사실상 '길거리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한 달에 100만원씩 1200만 원의 상인연합회 회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결속력이 부럽다"고 말했다.연수단은 또 교토 시내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원도심의 데마치 상점가를 찾았다.40여개의 상점으로 이뤄진 작은 규모로 한때 상점가 주변에 들어선 대형슈퍼마켓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슈퍼마켓에서 상점가의 주력상품을 배제하고 수입과일을 판매하는 등 품목을 변화하면서 지금은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상점가 고유의 캐릭터 개발과 상점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타마코마켓'으로 특색있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데마치상점연합회 이노우에 이사장은 "비닐봉투 저감 등을 목표로 한 '에코 상점가' 조성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이색 관광지로서 활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교토시 역시 데마치 상점가에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이벤트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춤을 추는 축제, 포장마차를 통한 야시장, 유명 개그맨이나 연예인을 초청해서 벌이는 축제 등이 열려 상점가와 시민의 결속력을 높인다.데마치 상점가의 가장 큰 문제는 입점주의 고령화이다. 이에 교토시는 대학생과 상점가를 연결하기 위해 고용을 지원했지만 학생들의 졸업과 함께 연계가 끊겨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또 전통시장의 주차장 시설에 대한 시 정부의 지원은 없지만 아케이트 시설, 가로등, 방범용 CCTV, 공공의 커뮤니케이션 장소 사랑방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 해 예산은 6억원 가량이다.교토시 상공부 쿠라야마씨는 "시와 정부의 지원은 번성하는 시내 상점가가 아닌 원도심을 중심으로 마케팅 지원이 핵심이다. 결국 사람이 이윤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을 모으는 것에 집중한다"고 밝혔다.소사종합시장 임성준 회장은 "우리 전통시장의 아케이드나 바닥포장은 무척 단조롭다. 그런데 데마치상점가를 보니 아케이드의 문양과 색상이 다양하고, 바닥에 캐릭터를 새기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 같다"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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