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부르며 기괴한 복장을 선보인 S.E.S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에서 가요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화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요즘 제가 즐겨 듣는 노래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달리기'라는 곡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국가대표 주제곡인 '버터플라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달리기'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힘들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관둔다고 할 수 없고, 끝까지 하자는 내용"이라고 했다. 임기 1여년을 남겨둔 소회를 에둘러 표현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달리기'는 1996년에 나온 윤상과 신해철의 테크노 음악 프로젝트 앨범 '노땐스'에 처음 수록됐다. 가수 윤상이 작곡, 노래하고 그의 고교동창이자 30년지기인 작사가 박창학이 노랫말을 붙였다. 잔잔한 리듬에 노랫말이 예뻐 S.E.S, 바다, 인드밴드 옥상달빛 등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달리지만 완주 후에는 편히 쉴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노래는 굉장한 도시괴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희망적인 노랫말인듯 싶지만, 실은 '자살'을 의미한다는 해석 때문이다. 소문의 시작은 이랬다. 2000년대 초반, 원곡자인 윤상이 신해철이 진행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에 출연해 "달리기란 곡이 사실 그렇게 밝은 곡은 아닌데 S.E.S 분들이 밝고 즐겁게 불러서 놀랐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S.E.S가 2002년 초에 발표한 5집 앨범에서 다시 불렀던 '달리기'를 듣고 난 감상평이었다.<center>
</center>이후 '달리기'의 가사가 달리 보인다는 감상이 인터넷에 쏟아졌고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식의 괴담이 양산됐다.S.E.S가 TV 무대에서 '달리기'를 부를 때의 복장과 퍼포먼스도 괴담의 신뢰도를 높였다. 시커먼 드레스를 입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것을 벗고 흰옷의 천사로 변신하는 퍼포먼스였다. 네티즌은 이 모습이 현실에 괴로워하다 죽어서 하늘나라로 간걸 묘사한다고 봤다.후렴구인 "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그걸로 충분해, 안녕 안녕)"이 죽음 직전에 남긴 메시지라거나, 달리기라는 제목이 실은 '(목매)달리기'라는 피식 웃음 나오는 괴담도 있었다.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며 노랫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시라. 그렇게 보니 정말 그렇게 보인다.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 나게 억울하겠죠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일 인걸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 bye(그걸로 내겐 충분해, 안녕, 안녕, 안녕)긴가민가하던 괴담은 근 10여년만에 진위가 가려진다. '달리기'의 작사가 박창학은 2011년 10월 유희열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살=달리기'라는 루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해석에 따라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자살'은 아니올시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라디오에 나온 인터뷰 전문이다."인터넷상에서 그런 말씀(자살) 써주신 분이 있더라. 저도 좀 놀랐는데 여기저기서 찾아보니 윤상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건데, 그것도 와전이라고 생각한다.'죽음의 뉘앙스가 있다'는 건 사실 가능하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고 사랑도 결국 이별이라는 게 죽음이다. 이별 중 가장 돌이킬 수 없는 건 죽음인거고. 그런 의미에서 이 죽음이라는 개념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달리기라는 가사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인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인생이 끝이 난다는 의미에서 죽음이라는 뉘앙스는 있을 수 있지만 죽음이 자살을 의미한 건 전혀 아니었다.자살이 죽음의 한 방식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자살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부분이 있겠지만 자살은 제가 생각하는 죽음과는 다른 형태의 어떤 방법이다. 때문에 S.E.S.가 밝게 부르고 있는 걸 제가 뒤에서 음흉하게 웃고 있는 그런 그림은 떠올리지 말았으면 한다"당시 박창학은 "'달리기'가 수험생들의 애창곡이라는 사실에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밝은 가사는 아니다"라며 "뛰어도 1등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지만 어쩌겠어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금 허무한 내용인데 사람들이 의외로 밝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했다는 것이다.박창학이 '달리기'가 대통령의 애창곡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또다시 이전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밝게 받아들이시네.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군"이라며….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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