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마포 화재 현장의 살신성인 안치범씨… 정부는 '증거 내놔'

잠든 이웃 깨워 대피시킨 초인종 의인...경찰 '증거 없어야 의사자 선정'

1.9일 새벽 4시 20분 서울 마포구의 5층 건물에 불이 나자잠든 이웃을 깨우기 위해 건물안을 돌아다니다가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졌던 안치범씨(28).2.뇌사 상태로 사경을 헤매던 그가 20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5층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던 그는 손에만 유독 심한 화상을 입었었죠. 세입자들의 집 철문을 두드리다 입은 상처입니다.3.당시 안씨는 맨먼저 화재를 감지하고 119에 신고를 한 뒤 건물을 빠져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건물 외부에 설치된 CCTV에는 안씨가 건물로 들어간 뒤 주민 4명과 함께 나왔다가 다시 혼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습니다.4.이 소식은 각종 언론 보도와 SNS를 통해 전국민을 감동시켰습니다. 사람들은 나혼자 살기 급급한 시대에 살신성인한 그를 '초인종 의인'이라 불렀습니다.5.이웃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젊은 남성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세요'라고 했다"6. 하지만 21일 경찰은 "안타깝지만 안씨의 구조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는데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었는지 판단을 할 수 없다""내부 CCTV도 없을 뿐더러 증언해주신 사람 중에도 확실히 안씨를 본 사람이 없다"7.안씨가 구조활동을 펼친 증거가 없으면 의사자 신청도 어렵습니다. 증언이 잇따르는데도 눈에 보이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게다가 국내법률상 '의사자' 선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의사자의 유족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보건복지부에 신청을 해야 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사랑하는 막내가 죽어 정신이 없을 가족들이 꼭 신청해야만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요.8.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안치범씨의 가족들은 세입자들을 만나 관련 증언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장례식이 끝나면 증거를 모아 의사자 신청을 할 예정이랍니다. 평소 우렁찬 목소리로 성우를 꿈꾸던 안치범씨, 잠든 자들을 깨우던 그 목소리로 꾸짖어 주세요."희생과 봉사에도 증거가 필요한가요"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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