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도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내년 1월 중순 귀국을 천명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충청 대망론'을 띄우기에는 아직 바람이 약하고, 그렇다고 친박(친박근혜)이 나서 '바람몰이'를 하기에는 계파 갈등 재연이 두려운 상황이다.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사실상 '옹립'된다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길도 막히게 된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은 정책ㆍ조직ㆍ인맥 등 정치의 삼박자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다. 같은 충청 출신의 홍문표 의원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반 총장의) 게임은 쉬운 게임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이유다. 20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의 여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 가능성은 적어도 5부 능선을 넘었다. 추석연휴 직후 한 일간지가 내놓은 여론조사에선 25.9%의 지지율로 1년 이상 선두를 지켰다. 전당대회의 당락은 새누리당의 지난 8ㆍ9전대에서 확인됐듯이 '박심'(朴心)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지켜본 친박들이 교통정리에 나설 전망이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 총장의 확장성은 여권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표의 40% 이상을 획득했으나 중도층 표를 어느 정도 끌고 올 수 있느냐가 여전히 관건이다. 반 총장의 입지를 놓고 비교했을 때 가장 비슷한 궤적을 그린 후보는 같은 충청 출신의 이인제 후보다. 충청ㆍ영남ㆍ수도권 등 지역적 지지기반은 물론 중도ㆍ보수란 이념적 기반도 닮았다. 지지율도 대선 4개월 전인 1997년 8월까지 23.5%를 찍었다. 하지만 독자신당을 추진하며 제3지대에 머물다 본선 득표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중진 의원은 "반 총장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조기 귀국하려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