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혀주는 남자, 한류관광 명소 만들다

한복문화콘텐츠 스타트업 '한복남' 박세상 대표

서울 소격동에 문화체험 공간 열어

박세상 대표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지난 2009년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전통의상인 기모노와 유카타를 자연스레 입는 일본인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왜 우리나라에선 한복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한복문화콘텐츠 스타트업 '한복남'을 설립한 청년창업가 박세상 대표(31)가 한복 관련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회사명이자 박 대표의 별칭인 한복남은 한복을 입혀주는 남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2012년 전주 한옥마을 '한옥데이'를 기획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그는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한복대여ㆍ체험ㆍ포토ㆍ파티이벤트를 아우르는 660㎡(200평) 규모의 문화공간 '한복남'을 열어 또다시 유명세를 타고 있다.박 대표는 30일 소격동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여행을 계기로 아름다운 우리옷 '한복'을 대중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면서 "전통을 계승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입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지금은 자칭 타칭 한복남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한복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건 아니다.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2009년 충남대 선박과에 재학 중일 때 친구 여럿과 함께 예비사회적기업 '아이엠궁'을 설립했다. 충남대 인근 상권인 궁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 회사는 식당간 쿠폰 발행, 셔틀버스 도입, 길거리 문화행사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경험 부족과 내부 갈등으로 끝내 문을 닫았다. 이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2012년 전주 한옥마을 활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복에 주목했고, 지난해 1월 '불가능공장(여행ㆍ교육 문화기획사)'과 '한복길' 두 곳을 설립할 정도로 사업을 키워 서울로 진출했다. 한복을 입고 걸을 수 있는 길을 개발한다는 내용의 '한복길'은 지난해 열린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사업화자금 2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서울과 전주에 총 25명의 직원을 둔 회사는 지난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 대표는 올해는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싼 가격에 한복을 빌려주고 한복 차림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이와 이벤트를 기획한 게 효과적이었다"면서 "전주에서 쌓은 성공 경험을 토대로 서울에서는 더 확장된 개념의 문화공간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소격동 한복남을 방문하면 '우리옷을 입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라는 인사말이 방문객을 맞는다. 각각 2층, 4층 규모의 2개 건물로 나눠 설계된 공간은 한복 500벌이 구비된 대여존을 비롯해 체험존, 포토존, 카페 등 위치에 따라 쓰임새를 달리해 방문객을 안내한다. 한복은 디자인에 따라 전통한복과 드레스에 가까운 테마한복으로 나뉜다. 대여료는 1시간30분 기준으로 1만원과 2만원이다. 여기에 속치마, 댕기ㆍ머리띠, 비녀ㆍ뒷꽂이ㆍ가방ㆍ꽃신 등을 2000~3000원에 빌려주고, 1만원을 내면 한복을 입고 프로필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천정에서 미러볼이 반짝이는 이색 안내데스크, 전통차와 맷돌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한옥 실내를 재현한 스튜디오, 토요일마다 열리는 한복클럽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박 대표는 "평일에는 하루 100여명이 다녀가는데 10대부터 3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고 남성 고객은 20~30%가량 된다"면서 "전통이라는 요소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호기심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복콘텐츠 기획이 한복의 변질이나 왜곡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올바르게 한복 입는 법을 알려주되, 전통을 억지로 내세우기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복남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청두 여행사와 협업을 추진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국내 유입 관광객이 많은 말레이시아 현지 여행사와 관광객 유치 관련 업무협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꼭 들러봐야 하는 명소로 알려지길 바란다"면서 "서비스 영역을 기업 워크숍 등 교육 부문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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