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갇힌 韓]韓기업 만난 中관료 '사드 어떻게 생각하냐'…무역보복 현실로

-中관료, 수출관련 협의하던 중 '사드'꺼내 당혹 -사드 무역보복 현실화 조짐…30곳 중 17곳 "무역보복 있을 것"-배철수(조선,철강,자동차)는 보이는 규제(관세장벽)에 신음-전유화(전자,정유,화학)는 보이지 않는 규제(비관세장벽)에 노심초사-보호주의 대응 정부점수는 낙제수준…민관 공동대응 시급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최근 중국 지방정부 고위 당국자를 만난 수출대기업 A임원은 중국 당국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이 금융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 부문을 결합한 시장이 급성장할 것에 대비해 중국 업체와 부품거래를 논의하던 중 한 성(省)의 고위당국자를 만났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A임원은 "막상 경험해 보니 무역보복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 정부당국은 중국의 무역보복이 구체화되지 않고 가능성도 낮다고 말해 왔지만 산업현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29일 아시아경제가 10대 업종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 업체의 절반이 넘는 17개사가 사드 관련 무역보복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유도하고 자국산업보호에 나서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과 함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사드 결정으로 중국이 한국기업만을 타깃으로 한 보복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보호무역주의에 한국이 최대 희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곳이 자사와 자사가 속한 업종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체감하고 있다. 10대 업종 반도체와 석유 등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대다수 업종이 보호무역주의에 직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화학섬유, 자동차와 타이어 등 중후장대 산업은 물론이고 전자와 디스플레이 등도 보호무역주의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 18개국에서 82건의 수입규제나 조사를 받고 있어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희생업종이 되고 있다. 미국과 EU가 자국 기업 요구로 중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까지 끼워 넣으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저가 중국산의 국내 시장 유입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이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수입물량 제한 조치) 같은 보이는 규제를 받고 있다면 전자제품과 디스플레이 등은 보이지 않는 규제인 비관세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보호무역주의 피해 유형에서 비관세장벽조치와 자국산업 보호조치, 자의적 규제 등의 보이지 않는 규제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최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 제소를 줄이는 대신에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158종의 공산품에 대해 국제 인증을 받은 품목이라도 중국만의 '강제성 제품인증(CCC)'을 받도록 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해 평균 7억~9억원의 비용과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평균 2억원의 비용과 4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유럽보다 복잡하다.평판디스플레이의 경우 대중 수출 비중이 74%를 차지하나 중국에서는 국제규범에 맞지 않게 국내 업계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 HDMI 모니터는 세계관세기구(WCO) 결정에 따라 컴퓨터용으로 분류해야 하는데 기타용으로 분류하는 바람에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30개 기업 대다수는 중국의 사드와 영국의 브렉시트, 여기에 미국의 대선 이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기업과 단체의 대응력에 비해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대응이 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10대 업종 수출기업이 추정한 피해 규모(평균 5%내외 감소)가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의 반등도 어려워진다. 우리 수출은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이어오면서 수출 부진이 자칫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통상 마찰은 일단 발생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대화채널 활성화, 합리적 분쟁 해결 등을 통해 자유주의 기조유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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